시진핑 국정 철학과 이념을 대변
선대 지도자들 통치사상도 담겨
미국 넘는 중화부흥 달성이 목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가 내일(18일) 개막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2017~2022년) 최고 지도부 구성과 함께 향후 5년에 걸쳐 시행될 중국 공산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대회다. 차기 지도부의 윤곽이 나올 인선에 관심이 쏠리지만 이 못지않게 눈길을 모으는 것은 ‘시진핑 사상’의 당장(黨章·당헌) 삽입 여부다. 시진핑 사상은 그의 국정 철학과 이념을 담은 것으로 중국의 나아갈 바를 밝히는 등대와 같기 때문이다.
시진핑 사상은 ‘치국이정(治國理政)’이란 이름으로 당장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18일 열린 당 중앙 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 사상 대신 ‘당 중앙이 제출한 치국이정의 신이념·신사상·신전략’이라는 표현으로 당장을 개정할 가능성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시진핑 사상은 그가 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내놓은 일련의 통치 철학과 사상, 이념, 그리고 각종 정책을 정리한 이론적 체계를 말한다. 다섯 개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시진핑 사상의 최종 목표다. 당 총서기에 등극한 시진핑이 2012년 11월 29일 국가박물관에서 열린 ‘중화부흥 사진전’을 둘러보면서 거론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꿈을 ‘중화부흥’이라고 정의했다. 19세기 말 ‘아시아 병자’로 불리던 치욕을 떨치고 강한성당(强漢盛唐·강력한 군사력의 한나라와 문화가 융성한 당나라)으로 부활하겠다는 결의다.
중화부흥(중국의 꿈)이 시 주석의 특허는 아니다. 마오쩌둥이 1956년 쑨원 탄생 기념일에 “다시 40~50년이 지나면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데 우리는 중국의 꿈을 가져야 한다. 대국답게 인류에 공헌하는 꿈이다”고 처음 언급했다.
둘째, 두 개의 100년(兩個一百年).
중화부흥 시간표다. 중국 공산당 창당(1921년)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전 국민의 의식주가 해결됨) 사회를, 신중국 수립(1949년)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하고 민주·문명적이며 각 부문이 조화를 이룬 사회주의 선진 현대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샤오캉 사회는 대략 국민소득 1만 달러 내외의 중진국을 말한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481달러. 시 주석은 자신의 집권 기간인 2021년 샤오캉 사회를 완성해야 하는 역사적 부담감을 갖고 있다. 중국이 절대빈곤 퇴치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는 이유다.
두 개의 100년 전략은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를 거치며 완성됐다. 덩샤오핑은 79년 오히라 마사요시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현대화는 샤오캉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쩌민은 97년 열린 15차 당대회에서 “창당 100주년에 샤오캉 사회 건설을, 신중국 수립 100주년에 현대 국가 건설을 완성해야 한다”며 두 개의 100년 시간표를 제시했다.
셋째, 삼엄삼실(三嚴三實).
중화부흥 실현에 가장 중요한 공직자들의 업무 문화 혁신을 염두에 둔 지침이다. 동시에 인재와 탁월한 리더 양성 전략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2014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제시했다.
삼엄은 자신의 수양(嚴以修身), 권한 행사(嚴以用權), 기율 준수(嚴以律己)에 각각 엄격해야 한다는 거다. 시 주석 반부패 전쟁의 이론적 근거다. 동시에 그의 정적 제거의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삼실은 일을 추진하는 데(謀事要實), 창조적 업무를 하는 데(創業要實), 사람됨에(做人要實) 각각 내실을 기하라는 뜻. 시 주석의 인재 철학을 담고 있다. 시 주석이 발탁한 인재 대부분이 삼엄삼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삼엄삼실은 형식주의와 관료주의, 향락주의 및 사치풍조 근절을 목표로 하는 중국 공무원 윤리지침, 즉 8항 규정의 이론적 근거다.
넷째, 네 개 전면(四個全面).
중화부흥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이다. 4개 부문의 전면적인 개혁과 실행이 골자다.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 전면적인 개혁 심화, 전면적인 법치, 전면적이고 엄격한 공산당 통치다.
중국 각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개혁 조치, 대대적인 부패 척결, 공산당의 순수성 강조 및 사상 무장 강화 등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수한 정책과 조치들은 바로 이 ‘네 개 전면’ 지도 이념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볼 수 있다.
이 역시 ‘원 샷’에 완성된 게 아니다. 처음 거론된 건 2014년 11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푸젠성을 방문한 시 주석이 향후 국정 방침으로 샤오캉 사회 건설과 개혁 심화, 그리고 법치 등 세 개 전면(三個全面)을 꺼냈다. 다음달 그는 장쑤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면적인 당의 통치’를 추가해 네 개 전면을 들고 나왔다. 이후 이 용어는 시진핑 시대 국정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다섯째, 오위일체(五位一體).
모든 정책의 결과가 오위일체를 이뤄야 하며 어느 하나라도 모자라면 진정한 중국식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른바 균형발전론이다. 5년 전 18차 당대회에서 처음 거론됐다. 이는 경제 건설, 정치 건설, 문화 건설, 사회 건설, 생태문명 건설 등이다.
예컨대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 등 5개 부문에서 완벽한 법치가 이뤄질 때 법치가 완성된다는 얘기다. 시 주석이 제창한 세계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축에서도 문화와 환경이 중시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또한 시진핑 시대에 시작된 건 아니다. 2002년 열렸던 16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 당시 총서기가 경제 건설, 정치 건설, 문화 건설이라는 삼위일체 치국 목표를 들고 나왔다. 2007년 17차 당대회에서는 여기에 사회 건설이 추가돼 사위일체로, 그리고 5년 후 열린 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선출된 시 주석이 생태문명 건설을 추가해 오위일체 치국 개념을 완성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거다.
궈이(郭毅) 베이징공상대 교수는 “마오쩌둥 사상은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 이론이며, 덩샤오핑 이론은 중국식 사회주의가 무엇이고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를 규정했으며, 장쩌민 3개 대표 이론은 어떤 당을 어떻게 건설하는가 문제를 설명했고,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은 어떤 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제시했다. 시진핑 사상은 이 모두를 녹여 중화부흥을 이루는 포괄적인 사상 체계를 이루려고 한다. 이는 이번 19차 당대회에서 제도화를 이룰 것이며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시진핑 사상이 말하는 건 2049년까지 중국식 사회주의를 건설해 미국을 넘는 중화부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시진핑 사상엔 시진핑 자신의 생각만 녹아 있는 게 아니라 이전 지도자들의 통치 철학과 이념의 연장선에서 정리됐고 또 진화 중이라는 점이다.
최형규 중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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