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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배반과 비굴은 참담한 역사를 불러온다

바람아님 2017. 11. 7. 09:30

세계일보 2017.11.06. 21:33


한민족의 문제는 남북한 모두가 /
세계사 흐름 역행하고 있다는 것 /
분단과 당쟁은 외세 개입 불렀고 /
패권국 흥정 대상으로 전락시켜

한국인이 주인정신이 없다는 것은 새삼 거론할 것도 없다. 필자는 종종 한반도 상황을 ‘국가 없는 국민’(남한) ‘국민 없는 국가’(북한)로 말해왔다. 드디어 한민족은 ‘배반과 비굴’의 국민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문재인정부는 어리석음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최근 중국에 약속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와 미국 미사일방어(MD)망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을 하지 않겠다고 항복한 내용은 친중·반미적일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을 결정적으로 해치는 내용이다. 배반과 비굴의 촉수가 천하게 드러난 국가적 망신이다.


과연 미국을 배반하고 중국에 비굴하면 한민족의 살길이 열릴 것인가. 종북·사대주의로 치닫고 있는 정국에 대해 국민은 문제의식조차 없는 것 같다. 다수 국민의 의사가 그렇다면 그 결과가 어떤 참혹함을 불러오든 감내할 수밖에 없는 날이 올 것이다. 남한주도의 통일국가 건설을 설계한 대한민국의 건국은 이로써 거대한 위선과 허영이 되고 말 것인가.


오늘날 한민족의 배반과 비굴이 어디서 왔을까. 아무래도 양반 지주-소작농민의 관계가 아직도 우리 뇌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일제 때 양반 지주 대부분은 친일파가 되었고, 소작농은 지주와 함께하거나 혹자는 만주로 독립운동의 길을 택했다. 오늘날 한국은 지주에 해당하는 지식권력 엘리트의 족벌주의와 부패, 이에 저항하는 반체제 세력으로 분열되어 있다. 일부 부유층 좌파세력들은 ‘강남 좌파’라는 이름으로 희화화되고 있다.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은 결코 하나로 뭉칠 수 없는 것인가. 남한의 민주화 세력은 사대주의 세력인 것은 물론이고 반산업화 세력이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민중 세력들은 산업화 세력이 남한 사회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을 결코 용인할 수 없어 산업화와 부(富)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사대주의와 위선으로 남한 지식인들은 주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확실히 실패했다. 이러한 틈바구니를 북한의 주체사상이 들어왔고, 산업화라는 기술주의 성과에 안주하던 남한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셈이다. 김일성 개인을 숭배하는 주체사상은 북한 주민으로 볼 때는 반(反)주체사상 혹은 노예사상이지만, 논리적 정신 부재의 남한 국민을 감언이설과 속임수로 유린하고 있는 셈이다. 주체사상은 이제 대학 운동권·노조 세력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의 정신적 공백과 공황 속을 암세포처럼 파고들었다. 참으로 주체 없는 국민답다.


입법·사법·행정도 저마다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사회 위계체계도 무너져버린 총체적 난국이다. 삼권분립의 나라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 성향과 집단이기 패거리로 사분오열되었고, 아예 사회 기강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잘못된 정책은 한꺼번에 천문학적인 국가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다. 자랑 삼던 ‘고도성장’이 ‘고도전락(轉落)’의 참사로 뒤바뀔까 두렵다. 한민족의 문제는 남북한 모두가 세계사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 분단과 당쟁 상황은 외세의 개입을 자초하고 있고, 패권국가의 실력 행사나 뒷거래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데에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 8일 국빈방문을 한다. 중국과의 약속을 들은 트럼프의 입장과 기분은 어떨까. 사실 미국의 국력을 평가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가 세계패권의 두 축으로 예단하고 있는 중국의 국력은 아직 미국에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개인의 시민정신과 민주주의(자유자본주의)로 쌓아올린 미국의 국력은 공산주의(공산당 지배)와 자본주의 도입으로 급조된 중국의 것과는 비교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국제정세를 사실을 바탕으로 보지 못하는 한 국익에 위배되는 결정을 할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문화평론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핑퐁게임에 탁구공 신세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미국은 한국 경제의 목줄을 조여 올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은 그 신호탄이다. 그리고 한국의 성장과 방위를 위해 쳐놓은 울타리와 동맹을 점차 해제할 것이다. 발가벗고 나서 엄동설한이 와있음을 깨닫는 것은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구한말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영국과 일본과 미국이 공동전선을 펴는 것을 모르고 러시아 품(아관파천)에 안긴 명성황후는 비명에 갔고, 조선은 그 후 일본 식민지가 되었다. 구한말과 IMF사태의 교훈을 잊었는가.

오늘날 또 한국은 국제적인 흐름을 놓치고 있다. 찬란한 번영을 선물한 한·미·일 해양세력의 공동전선을 뿌리치고, 역사를 뒷걸음질쳐 이미 망한 사회주의의 어둠으로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러시아·북한 등 대륙세력을 다룰 때는 항상 자신 있게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


어쩌다 우리 국민은 안팎으로 ‘배반과 비굴의 국민’이 되었는가. 고려 이후 사대주의로 출발한 조선조의 가렴주구와 선비들의 위선, 일제식민 치하에서 몸에 밴 식민체질,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에 물든 노예의 반란정신이 적절히 버무려져서 생긴 것일까. 지주·소작 정신의 폐습은 국가를 배반하고 당파를 일삼으며, 각자의 삶을 위해서 비굴을 터득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국민이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은 산업화 성공을 상쇄할 정도의 큰 손실이다. 국가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국가가 역사에서 생존할 확률은 낮다. 선진국들은 좌우 대립을 하더라도 모두 국가이익을 기조로 대립하고 있음을 왜 모르는가!


박정진 평화연구소장·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