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8.02.26. 16:32
다른 미 전문가 "평화제안 왔다고 압박늦출 때 아냐" 지적도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 아니면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뒤따르는 중간 선택지를 택해야 한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진단했다.
WP의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이날 '북한 공격은 엄청난 규모겠지만 엄청나게 어리석은 짓이기도 하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의 중간 선택지는 모든 외교 방안을 다 써보려는 한국 정부의 리드를 먼저 따라가 보는 것"이라고 개인 의견을 피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북옵션으로 거대하고 복잡하면서도 파괴적인 군사적 선택을 검토 중임을 시사하고 있으나, "북한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공격은 엄청나게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이 로긴의 주장이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지난 23일 해상차단 대북제재 조치를 단행하고 "그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제2 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으며 미 언론은 이를 두고 미국이 다시 대북 군사 옵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현 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군사적 위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로긴은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한미동맹은 물론 지난 70년간 공들여 건설한 지역 안정이 무너지고 미국은 재건과 난민 지원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며 군사 옵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의 혼란도 불가피하며 그 틈을 타 중국은 미국이 선점한 지역 리더 자리를 노릴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로긴은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 보유를 통해 지역의 전략 균형을 바꿨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3개국의 군사 동맹 및 새로운 군사력 증강을 통해 이 균형을 한미일에 유리한 쪽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3국 동맹이야말로 피해를 막으면서도 그 어떤 제재보다 중국 정부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이때 미국은 북한의 위험을 억제하는 동시에 북한 정권의 정당성에 의문을 유발하도록 하는 데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해상차단, 사이버 범죄, 정보 침투 등을 통해 북한 정권의 정통성에 도전하는 방안도 여기에 포함된다.
로긴은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요구해야겠지만 무모하고 재앙적인 전쟁을 초래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닌 장기 전략을 통해 이를 달성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저명한 중국 전문가인 고든 창은 같은 날 폭스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전범' 김영철이 과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대북 압박을 느슨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양보할 경우 대화가 곧 시작될 수 있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깜짝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현재 대북제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압박을 늦출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북제재로 북한의 외화 보유고가 10월이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근거로 인용됐다.
아울러 그는 2007년 미 정부가 너무 일찍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동결했던 북한 자금 2천500만 달러를 돌려줬다가 북한이 6자회담을 파기한 일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창은 "제재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실수를 할 가능성이 없다"며 "북한 정권은 절박하겠지만, 전범이 평화 제안을 전달했다고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압박을 완화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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