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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알쓸트잡 ④ : FTA 발언록 "재앙으로 판명된 거래..무역은 동맹 아니다"

바람아님 2018. 3. 1. 08:39

SBS 2018.02.28. 15:03


알고 보면 쓸모 있을 수 있는 트럼프 잡학사전


-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만큼 일거수일투족이 눈길을 끄는 대통령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국면 이후 그의 언행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전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것은 여러모로 유용하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알고 보니 쓸데없는 내용일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알쓸트잡'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관련, 그중에서 특히 한·미 FTA 관련 어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7월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될 무렵부터 한·미 FTA에 대한 위협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당선 가능성도 힐러리 후보에 비해 높지 않았고, 보수층의 표를 얻기 위한 국내 정치용 발언일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난 오늘, 한·미 FTA는 개정 협상이 진행 중이고 주력 수출품에 대한 관세 폭탄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그간의 발언들과 맥락을 살펴보겠습니다.


● 대선 후보 시절 (2016년)


▶ 한·미 FTA로 무역적자 두 배로 늘었고, 일자리도 10만 개나 사라졌다. (6월 28일, 이하 별도표시 없음 미국시간) : 사실상 대선 후보로서 미국의 경제적 독립을 슬로건으로 하는 '신 고립주의 무역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前 국무장관이 한·미 FTA를 체결했다며 이를 공격의 소재로 삼은 측면이 있지만, 한·미 FTA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발언입니다.


▶ 힐러리는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다. 나는 우리 노동자를 해치거나 자유와 독립을 해치는 어떤 무역협정에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7월21일) :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수락하면서 한 연설의 일부입니다. 한·미 FTA를 대선의 주요 이슈로 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 힐러리는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강행 처리했다. 그 협정은 '일자리 킬러'이자 '재앙'이다. (8월 2일) :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한·미 FTA에 대한 비난의 고삐를 한층 바짝 죄었습니다. 역시 힐러리 후보에 대한 공격 소재였지만 한·미 FTA를 처음으로 '재앙(disaster)'이라고 규정했습니다.


▶ 한·미 FTA는 많은 미국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준 '깨진 약속'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고 한국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무역 적자 규모의 배 이상 증가했다. (8월 8일) :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경제공약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미 FTA를 언급했습니다. 백인 중산층을 겨냥한 주요 지역 연설 때마다 한·미 FTA는 단골 메뉴가 됐습니다.


▶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미국인 노동자에게 해를 끼치는 모든 무역협정 위반 사례를 조사시킬 것이다… 한국 등은 앞으로 방위비를 더 내기 시작해야 한다. 그들이 100% 부담하는 것은 왜 안 되나? (9월 15일) : 뉴욕 경제클럽에서 일자리 공약을 발표하면서 FTA는 물론 방위비 분담금 이슈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은 앞으로 5년 분을 놓고 올해(2018년) 한·미 간 협상이 시작됩니다.

● 집권 1년 차 (2017년)


▶ 한·미 FTA는 받아들일 수 없다. 힐러리가 만든 끔찍한(horrible) 협정이다. 우리는 협정을 재협상(renegotiate)하거나 종료(terminate)할 것이다. (4월 27일) : 1월20일 취임 후 한동안 잠잠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앞두고 말폭탄을 재개했습니다. 재협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종료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한국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으로 10억 달러를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는 발언까지 곁들였습니다.


▶ 한·미 FTA가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되도록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5월 10일, 한국시간) :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FTA 재협상을 언급했습니다. 당선 축하 인사 이후 북핵보다도 먼저 FTA 문제를 거론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 신(新)정부에서 FTA가 핵심 갈등으로 비화할 것임을 보여준 대목입니다.


▶ 한국에 한·미 FTA 재협상 방침을 통보했다. 편파적이지 않은 공정한 협상을 원한다. (5월 11일) : 한미 정상 간 통화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재협상 통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으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 양측에 공정한 협상이 될 것이다.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6월 30일) :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재협상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시작도 하지 않은 재협상을 진행형으로 못박기까지 했습니다. (미 무역대표부는 7월 12일에 FTA 개정협상 요구를 공식 통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주한미군 지원과 관련해 공정한 방위비 분담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공개적으로 요구했습니다.


▶ 미국은 한·미 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고, 막대한 무역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미 FTA 개정이 필요하다. (8월 7일, 한국시간) : 한·미 정상간 전화 통화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등 다른 이슈로 문 대통령과 통화를 할 때도, 청구서와 관련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있다. 더 호혜적인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가자"고 답했습니다.


▶ 한·미 FTA 폐기 여부를 다음 주부터 참모들과 논의하겠다. (9월 2일) :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주 허리케인 수해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FTA 폐기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사실상 시인했습니다. 두 달 전 개정 협상을 통보해놓고는 느닷없이 폐기를 거론한 겁니다. 동맹국 간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와 비난 여론이 두 나라 조야(朝野)에서 들끓었고, 북한의 6차 핵실험(9월 3일)까지 겹치면서 폐기 검토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 현재 협정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는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었다.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11월 7일, 한국시간) :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두 달 전 폐기 운운할 때보다 한층 톤을 낮췄습니다. 다음날 국회 연설에서도 FTA라는 단어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점잖아졌다는 평가가 정부 안팎에서 나왔지만 그렇다고 속내가 바뀐 건 아니었습니다.

● 집권 2년 차(2018년)

▶ 재앙으로 판명된 거래에 대해 한국과 재협상하고 있다.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는) 삼성과 LG가 미국에 주요 공장을 짓겠다는 약속을 완수하는 강력한 유인책을 제공할 것이다. (1월 24일)
: 새해 시작부터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관세폭탄을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입니다. 1월30일 새해 국정연설을 앞두고 미국민에게 성과를 과시하려는 측면이 작용했습니다. 이 사이 1월5일과 31일, 워싱턴과 서울에서 FTA 개정을 위한 1, 2차 협상이 진행됐습니다.


▶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 필요성이 있다. (2월 2일) :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이뤄졌는데 이 자리에서 또다시 FTA와 통상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현재 진행 중인 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청와대가 전했습니다.


▶ 한·중·일에 어마어마한 돈을 잃었다. 그들은 어떠한 처벌도 없이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 이른바 동맹국도 포함돼 있지만 무역에선 동맹이 아니다. (2월 12일) : 한국과 중국, 일본을 콕 짚어 일방적인 보복관세(reciprocal tax)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날 발언의 압권은 뒷문장, 무역에선 동맹국이 아니라는 발언입니다. 그동안 한국과 북핵 등 안보 현안을 이야기하면서 늘 한편으로 청구서를 꺼내 든 트럼프 대통령의 속마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부분입니다.


▶ 한국과의 협정은 우리에게 손실만 낳았다. 한국과 공정한 협상을 하거나 협정을 폐기할 것이다. (2월 13일) : 무역에선 동맹이 아니라는 말로도 성에 안 찼던 걸까요?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과 '공정무역'을 주제로 한 간담회에서 "한국과의 협정은 재앙적이었다"면서 이렇게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더군다나 개정 협상이 2차례나 진행 중인 상황에서 폐기를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지난 1년 반을 발언록과 함께 돌이켜보니 당시에 헷갈렸던 부분이 명확하게 정리가 됩니다. 미국에게 한국은 동맹국이지만 안보와 경제는 완전히 별개 문제라는 점과 한·미 FTA는 이미 폐기까지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며 올해는 방위비 분담금이라는 만만치 않은 청구서를 함께 받아들 것이라는 점 등입니다. 협상력에 기반하지 않은 막연한 '당당한 대응' 주문, 통상 당국의 국내 여론용 '불퇴전(不退轉)의 각오', 정치권에서 의례 나오는 '네 탓 공방'으로는 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입니다.


손석민 기자herme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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