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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vs 동아시아] 트럼프의 목표는 북한을 미국 편으로 만드는 것

바람아님 2018. 6. 4. 08:11

(조선일보 2018.06.04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누구나 이해하는 쉬운 단어로 "경제 발전하거나 대량 파멸"
회유·협박성 '말 폭탄' 퍼부어… 北도 노심초사하도록 만들어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핵 단추가 사무실 책상에 놓여 있다"고

호언했던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180도 다른 대외 정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특히 3월 5일 방북한 한국 특사단원들에게 북한 핵의 '완전 폐기' 의사를 밝히고 미국과도

대화하겠다는 뜻을 전한 후 현란한 국제관계 전개는 전문가들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트럼프의 말투는 '외교가'에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막말 수준임이 분명하지만, 그의 말들은 대단히 쉬운 단어들로

구성돼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2016년 대선 기간 그가 구사했던 말들은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교육을 받은 누구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는 분석처럼 북핵 관련 트럼프의 언급들 역시 대단히 쉬운 단어들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트럼프의 언어들은 어렵기보다는 노골적이며 무섭다.

그의 말 폭탄을 직접 맞아야 하는 김정은은 트럼프가 의미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심초사할 것이다.


김계관 등이 5월 16~17일 미·북 정상회담을 열지 않겠다는 협박성 언급을 한 후 트럼프는 북한을 향해 회유성

그리고 협박성 말 폭탄을 퍼부었다. 그는 북측에 대화에 나올 것을 종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와 김정은이 만나 핵을 폐기하는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김정은은 대단히 행복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북한은 '완전한 대량 파멸(total decimation)을 기대해야만 할 것이다".


리비아식(式) 해법을 두려워하는 북한에 트럼프는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카다피와는 협상이 없었다." 그래서 카다피를 살려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는 카다피에게 해주지 않았던 것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북핵 해결 방식은 리비아식이 아니라 트럼프식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트럼프의 협박 혹은 회유에 긍정적으로 반응, 5월 25일 이후 미·북은 다시 정상회담 사전 협의를 시작했고

지난 27일 자 트윗에서 트럼프는 자신이 했던 말들을 문자로 재확인해 주었다.


'나는 북한이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임을 진심으로 믿으며 어느 날 위대한 경제 및 금융 국가가 되리라고

믿는다. 김정은이 나와 이 같은 사실을 약속했다. 이 일은 일어날 것이다!'


북한 핵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CVID) 비핵화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많다.

CVID는 애초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고안된 개념은 아니고 정치적 개념이다.

의사가 들고 있는 칼과 강도가 들고 있는 칼은 물리적으로는 같은 칼이지만, 정치적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강도를 의사로 바꿀 수 있다면 '칼로부터 야기되는 위협' 문제가 다 해결된다.

CVID도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해도 정치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북한을 위대한 경제 금융 국가로 바꾸어 줄 터이니 핵을 내려놓으라고 종용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북한은 대량 파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한다.


많은 한국인은 북한이 핵을 만들어 온 이유를 '체제를 보장받기 위해'라고 생각했다.

체제 보장과 권력 유지가 동의어라면 김정은은 트럼프의 제안을 당장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두 가지 어려운 문제가 야기된다.

하나는 미국을 믿을 수 없기에 핵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무엇을 근거로 미국을 믿고 핵을 포기할 수 있는가?

둘째 북한이 위대한 경제 금융 국가로 변신한다면 그것을 김정은 체제가 보장된 것으로 볼 수 있는가의 여부다.

대답 불능이다.


다만 북한을 미국 편인 나라로 바꾸는 것이 트럼프의 목표임은 분명하다.

미국은 자기편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뭐라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