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국가별 이해득실..北·中의 승, 日은 패닉
머니투데이 2018.06.13. 17:56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승자와 패자는 어느 나라일까? 외신들은 북한과 중국을 최대 승리자로 꼽고 있다. 반면 미국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쪽이 다소 우세하고 일본은 패닉 수준의 패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회담 후 나라별 이해득실을 따져봤다.
◇최대 승자는 북한, CVID 없이 한미군사훈련 취소 선물 받아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승자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꼽았다. 그동안 미국이 주장해왔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합의문에 넣지 않고 한미 합동군사훈련 취소라는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내내 '호스트'처럼 김 위원장을 각별히 예우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순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 지도자로 부상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비행기 빌려주고 더 큰 선물 얻은 중국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북미회담의 또 다른 승자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꼽았다. 중국이 그동안 추진해 온 이른바 '쌍중단'이 실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쌍중단'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 개발을 포기,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중국측의 주장이다.
이밖에 중국은 북중관계 회복도 이뤄냈다. 그동안 중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양국 국경지대 교류가 완전히 끊기는 등 냉각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으로 이 관계가 완벽히 복원됐다는 것이다.
중국은 앞서 김정은 위원장을 두 번 초청해 북중 정상회담을 열었고 싱가포르로 떠나는 김 위원장에게 비행기를 빌려주며 선물 보따리를 안게 됐다.
◇"대북외교 첫걸음" vs "얻은 것 없다"…하지만 부정적 평가 더 많은 미국
미국은 승자인 동시에 패자라는 분석이 있지만 패자라는 쪽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복스(VOX)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한 것 자체는 큰 성과라고 보면서도 북한으로부터 CVID라는 확고한 비핵화 약속을 받지 못해 실패한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등 외신들도 지난 4월 열린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정당별로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공화당은 대체로 칭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오늘 대통령의 중요한 한 걸음을 축하하며, 북미정상회담이 역사적 평화로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희망을 공유한다”는 축하 인사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강력히 지지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북한이 안전 보장과 번영을 대가로 세계를 위협하는 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하는 역사적 기회”라고 평가했다.
반면, 공화당 내부에서도 의구심을 표시하는 의원들이 많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우린 오랜 속임수의 역사를 가진 잔혹한 정권을 상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북한이 진심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고 그때까지 우리는 지속적으로 최대한의 경제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측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포기했다"며 "매우 걱정스럽다"고 했고,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것도 얻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평화정착·남북경협 vs 한미군사훈련 중단…평가 엇갈리는 한국
한국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이번 회담으로 얻은 것이 별로 없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당분간 중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과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한국이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고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회담과 관련해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성과를 평가했다.
국내 산업계에서도 벌써부터 남북 경제협력 재개 기대감이 일고 있다. 각종 인프라 사업이 벌어질 것으로 보고 일찌감치 남북경협 재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사전 준비에 한창이다.
◇납치자 언급無·한미훈련 중단 소식에 '패닉'…완벽한 패자 일본
반면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줄곧 주장해 왔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 '완벽한 패자'라는 분석이 나왔다.
게다가 한미합동훈련 중단은 일본을 한순간에 패닉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토 마사히사 외무 부대신은 12일 한미합동훈련 중단이 "일본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13일 "한미훈련은 주한미군과 함께 동아시아 안전보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한미합동훈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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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승자는 김정은 .. 미국이 북한에 또다시 속았다"
'회담 성과' 3명이 10점 만점에 3점
북, 아무 양보 없이 미국과 관계 개선
트럼프 한·미훈련 발언에 깜짝 놀라
오랜 적대국 첫 외교적 접근은 평가
이에 본지는 회담 결과가 나온 직후 북·미 관계 전문가 8명에게 긴급 설문을 실시했다.
◆“회담 결과 기대 미흡”이 대세= 0~10점 중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크게 실망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8명 중 3명이 3점을 줬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연구원은 “이번 공동성명은 모호할뿐더러 기초적인 내용에 불과했다. 두 정상이 이룬 것은 굳이 공동 성명이 없어도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3점을 매긴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은 “미국이 또다시 북한에 속았다”고 혹평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김정은은 실체 있는 양보를 하지 않고도 잠정적 혜택(한·미 합동훈련 중지, 주한미군 철수, 트럼프와의 2차 정상회담)을 얻어냈다”고 진단하며 3점을 매겼다. 비록 정확한 점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평가도 싸늘했다. 빅터 차는 “(북·미 협상의) 대차대조표상 김정은은 트럼프에 비해 많은 것을 얻었다. 그는 이제 핵무기를 갖춘 국가 지도자로서 자유 세상의 청중을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클링너는 “(이번 회담이) 그동안 치켜세워진 점을 감안하면 (결과가)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7점을 준 전문가는 2명으로 “이번 회담에선 구체적 결과가 나오는 게 비현실적이었다”(칼라 프리먼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외교정책분석연구소 이사), “(두 정상이) 원칙과 목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선언을 했다”(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한국학연구소 소장)는 반응을 보였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두 오랜 적대국이 역사상 최초의 외교적 접근을 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며 유일하게 10점 만점을 부여했다. 점수를 매기지 않은 두 명을 빼면 10점 만점 중 평균 5.5점의 평가를 받은 셈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공동성명에서 나타난 네 가지 주요 내용은 북한의 기존 문서에도 있던 내용”이라며 “특히 (공동성명에 쓰인) 비핵화 약속은 기존 6자회담을 희석시킨 데 불과할뿐더러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북한 인권 언급은 쏙 빠져 있다”고 말했다.
빅터 차 석좌 역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변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며 “‘모든 핵 무기의 포기’를 선언했던 2005년 혹은 1992년의 비핵화 합의까지 가지도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은 놀라웠다. 이것이 한국 혹은 일본과 조율된 답변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의 위너(승자)는 김정은”=응답자들은 이번 회담의 승자로 김 위원장을 꼽았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슬프게도 이번 회담의 승자는 북한”이라며 “미국은 양보만 했고,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포기를 구체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스나이더 연구원 역시 승자로 김 위원장을 꼽았다.
정 박 석좌는 “승자는 김정은, 문재인 한국 정부, 중국”이라고 꼽았다. 그는 “김정은은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아도 됐고, 북한에의 관여정책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있게 됐고, 중국은 그들이 신경 쓰던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될 수 있는 결실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크로닌 소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프리먼 이사는 “김정은이 대승(a huge win)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핵무기를 갖고도 전임 북한 지도자들이 얻지 못한 것들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암스트롱 소장은 “김 위원장이 승자였다”며 “김 위원장은 외교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동급으로 인정받았으며 아무런 양보 없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조진형 기자 luckyman@joongang.co.kr
■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특별취재팀
「 김현기·정효식 워싱턴 특파원, 예영준·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정용수·이철재·전수진·유지혜·박유미·윤성민 기자, 강민석 논설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 이영종 통일문화연구소장,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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