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18.07.18. 12: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고 17일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협상장을 뛰쳐나오겠다”면서 원샷 해결을 장담했던 분위기는 고사하고, 완전한 북핵 폐기(CVID)나 적어도 1∼2년 내 비핵화 등 완화된 입장조차 흔적을 찾기 어렵다. 이제 북한 전략대로 비핵화는 미·북 관계 정상화의 일부분으로 장기간에 걸쳐 쪼개기식으로 전개되고,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가 더 용이해졌다.
북한 체제가 흔들릴 정도의 압박이 없으면 결코 김정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원래 압도적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담판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북·중·러시아 관계를 강화시켜 대북 제재의 균열 가능성만 더 커졌다. 이제라도 강력한 제재로 김정은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문 정부가 대북 선박 규제를 회피하는 등 대북 제재의 ‘구멍’을 만들고, 남북경협을 서두르며 심지어 ‘대못 박기’할 법령 마련에까지 나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에서 ‘국적 세탁’ 후 인천과 포항에 하역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이런 낌새를 알고도 제대로 제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제2397호는 의심 선박의 나포 및 동결 등을 명시하고 있다. 통일부가 17일 입법 예고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더 가관이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 중단 시 국무회의와 청문 절차, 국회 보고를 거치도록 하는 등 매우 까다롭게 했다. 경협이라는 명칭의 대북 지원은 쉽게, 그것을 중단하는 것은 어렵게 하려는 것이다. 문 정부마저 이런 식이면 북핵 폐기는 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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