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지나치게 청와대가 모든 걸 끌고 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정책 북핵문제 등에서 내각의 존재감이 미미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규제혁신, 자영업 위기 등 새로운 현안이 대두될 때마다 담당 비서관직 신설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국정을 청와대가 직접 결정하고 지휘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처럼 느껴질 정도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몰락하는 이유가 청와대 담당 비서가 없어서냐. 그럴 거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왜 만들었나”라고 비판한 것도 그런 문제의식의 발로다.
청와대는 새 비서관직을 신설해도 기존의 비서관 직제를 통폐합해서 현재 41명인 비서실 비서관 수는 변동이 없게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청와대 정원은 올 1월 기준으로 486명으로 노무현 정부 이후 가장 규모가 크다. 청와대 인원은 김대중 정부 때 400명을 처음으로 넘겼고,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531명을 돌파했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456명으로 줄었고, 박근혜 정부 말기에는 465명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사람 수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매사를 청와대가 직접 끌고 가려는 ‘욕구’다. 이미 관료사회에서는 청와대가 내각 위에 군림하며 실제 국정이 청와대 비서진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청와대에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면 내각은 유명무실해지고 관료사회는 청와대의 눈치만 보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 팽배하게 된다.
‘분권’을 강조해온 문 대통령은 청와대 비대화의 부작용에 대해 누구보다도 경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임사에서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국민은 이해했다. 그러나 지난 1년여간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성장론을 펴는 정책실이 사실상 주도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패싱’ 논란까지 빚어졌다. 외교·안보 현안도 국가안보실이 끌고 가고 외교부는 존재감이 사라졌다.
이러니 ‘청와대 정부’ 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청와대가 강해지면 고질적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하려다 온갖 국정 혼선을 자초했던 전임 정부들의 실패를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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