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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로버트 켈리]'트럼프式'도 '문재인式'도 완벽할 수 없다

바람아님 2018. 7. 15. 10:32


동아일보 2018.07.14. 03:00


'핵 제거'가 유일한 목표인 美와 '관계 회복' '개방' 기대하는 韓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동상이몽'
관계 회복이 최선의 방식이지만 '햇볕정책 재탕' 비판 피하려면
북한의 실질적 변화 이끌어내야


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미의 상이한 대북 접근법, 군비통제인가 관계회복인가

남한과 미국이 올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 이후로 각기 다른 대북 접근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핵무기와 미사일에 거의 모든 관심을 쏟고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밀어붙인 것은 미국이었다. 남한은 훨씬 폭넓은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스포츠, 문화, 교육, 인프라, 외교, 남북경협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추진 중이다. DMZ 부근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 후방 철수 제안 등 안보 문제도 고려 중이다.


남한과 미국이 보여주는 대북 접근 방식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핵·미사일 문제에 굉장히 집중해왔다. 핵무기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국가는 수십 년 만에 북한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남한과 일본은 북한의 오랜 위협에 익숙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지난 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엄청난 공격적 레토릭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결과 미국은 힘으로 해결하든 협상으로 해결하든 북한의 군비 축소에 고도로 집중하며 CVID를 주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이러한 방식은 관계회복이 아니라 군비통제라는 점이다. 미국은 냉전시대 미소 군축협상처럼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및 미사일 숫자를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는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이상적으로 말하면, 미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폐기시키고 싶어한다. 북한이 가진 미사일과 핵탄두를 실질적으로 제거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제공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원조, 제재 완화, 평화협정을 북한에 안겨줘야 할까? 아니면 북한의 핵탄두를 간단히 현찰로 사오는 방식을 택해야 할까? 최종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노력은 문정부의 관계회복 노력보다 훨씬 더 한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 관계를 맺고 북한을 고립으로부터 끌어내어 변화시키며 북한에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등의 과정을 바라지 않는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단지 군축협상이다.


그에 반해 문재인 정부는 관계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오랜 교착상태를 종식시킬 당사자인 남북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하고자 한다. 한국정부는 북한이 변화할 수 있으며 변화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미국 정부보다 더 큰 확신을 갖고 있다. 필자는 지난 달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북한을 위한 개발 계획, 농업 기술 개선, 남북 철도, 세계 경제기구 가입, 외자유치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북한은 변화하고 있고 개방을 원하고 있다는 낙관적 분위기와 남한은 남북 협력 기회가 넘쳐날 것에 대해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전체주의 독재자가 아니라 스위스에서 유학한 개혁가로 비쳐졌다. 온건파 동료들은 김 위원장을 덩샤오핑, 미하일 고르바초프, 넬슨 만델라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렇게 볼 때 CVID에 대한 미국의 집착은 불필요하다. 남북 화합과 협력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미사일 문제는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한반도 교착상태가 종식되고 북한이 냉전으로부터 빠져나오게 되면 북한의 핵·미사일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자체가 더 이상 위협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화협정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될 건실한 관계회복은 이와 같은 극적인 변화를 가능케 할 것이다. 이후 남북은 평화롭게 공존하게 될 것이다. 느슨한 연방제를 거쳐 시간을 두고 천천히 통합될 수도 있다. 이로부터 통일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시나리오 상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도, 주한미군도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CVID를 요구하는 협박과 미세하게 조정된 군비통제는 그야말로 점차 사라질 것이다.


남한과 미국이 올 해 보여준 대북 접근법에는 모두 명백한 문제가 있다. 두 방식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양국의 상이한 방식 때문에 한미동맹에 금이 갈 수도 있다. 일정 기간 각기 다른 외교적 노선을 선택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한미동맹의 핵심이 북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양국은 어느 시점에서 일치된 노선을 추구해야 한다.


CVID 군비통제가 가진 문제점은 매우 명확하다. 북한이 모든 것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설사 그렇게 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북한은 그에 대한 대가로 한미동맹 종식이나 수십억 달러 지원과 같은 엄청난 양보를 요구할 것이고 한미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확률이 크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일반적인 요구사항은 아니다. ‘완전함(complete)’은 북한이 지난 50여 년 동안 공들여 온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십 기의 핵탄두, 수백 기의 미사일, 얼마나 있는지 알려지지 않은 핵시설, 우라늄 광산, 핵실험 부지 등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검증가능함(verifiability)’은 극도로 폐쇄적이고 유연성 없는 사회인 북한에 외부사찰단을 수용하는 것이다. ‘불가역적임(irreversibility)’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기술자와 그 가족들까지 북한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의 철저한 이행은 군비통제 역사 상 전무후무하다. 다소 감축시킬 수는 있겠지만 완전한 제거는 어려울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원하든 그렇지 않든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인정하지 않게 되면 전쟁이라는 선택지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관계회복이라는 접근법 또한 과장되어 있다. 남한과 북한의 국가 형태는 극단적으로 다르다. 미국과 소련의 관계회복 과정에서 어려움이 항상 존재했고, 남한의 첫 햇볕정책에서도 어려움은 있었다. 과거 햇볕정책이 시행되는 동안 진정으로 큰 양보를 보여주지 않은 북한이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김 위원장이 개혁가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명백한 증거는 없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2~2017년은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설사 김 위원장이 개혁가라 하더라도 북한 국무위원회가 그를 뒷받침해줄지 의문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고자 할 때, 북한의 보수파를 저지해줄 개혁파 세력이 과연 평양 엘리트 중에 있을지 궁금하다. 그를 보좌할 개혁파 세력이 있다는 근거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불행한 사실은,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군비통제가 그 수를 제한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계회복의 길로 가는 것이 최선책이다. 하지만 올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으로부터 상호 양보를 얻어내지 못하고 지난 햇볕정책과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관계회복은 결국 유화정책일 뿐이라는 보수 측의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로버트 켈리 객원논설위원·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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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S-South Korea Debate over North Korea: Arms Control or D?tente?

Since this year‘s outreach to North Korea began, the US and South Korea have increasingly pursued separate tracks. The Americans focus almost exclusively on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It was the American side that pushed hard for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armament (CVID) to be at the heart of the Singapore summit. The South has followed a more broad-based approach. The government of President Moon Jae In seeks a wide front of engagement - sports, culture, education, infrastructure, diplomacy, joint economic projects, and so on. Moon has talked of security issues too. His government is now seeking a North Korean artillery pullback at the DMZ closest to Seoul. But that is just one element.

There is now a pretty clear divergence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n approaches to this year’s outreach. In the American media and in much US elite discourse, there has been an overwhelming focus on nuclear missiles. This is likely because North Korea is the first country in decades to be able to newly strike the US mainland with a nuclear weapon. Where South Koreans and Japanese have long since adapted to the North Korean threat, it is new for Americans. This is likely the reason for the extraordinarily belligerent US rhetoric last year.

The result is CVID - an intense US focus on disarming North Korea, whether by force or negotiation. Importantly, this is arms control, not d?tente. Along the lines of US-Soviet deals during the Cold War, Washington is seeking a bargain which would, at minimum, cap the North Koreans at their current number of nuclear warheads and missiles. Ideally, the US would like to roll back the North Korean program - that is, actually physically remove missiles and warheads from North Korea. What the US will give North Korea in exchange for this is quite controversial. Should we give aid, sanctions relief, a peace treaty? Should we simply buy the warheads outright? It is not clear what a final bargain might look like. But it is important to note that this is a far more narrow effort than the Moon government‘s d?tente. The US is not looking to engage North Korea, draw it out, change it, push it over human rights, and so on. It is just looking for an arms control treaty.

The Moon government by contrast is pursuing d?tente - a general softening of relations between the two which would ultimately end the long Korean stalemate. It is much more confident than Washington that North Korea can and will change. I attended the Jeju Peace Forum last month where many sessions talked in depth about development proposals for the North, agricultural improvements, joint rail, access to international financial institutions, foreign investment, and so on. There was enormous optimism that North Korea was changing and opening, and that South Korea should stand ready with a plethora of engagement approaches. In this discourse particularly,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is not an orwellian tyrant, but a Swiss-educated reformer. I have heard, from dovish friends and commentators, Kim compared to Deng Xiao Ping, Mikhail Gorbachev, and Nelson Mandela.

The American fixation on CVID then is unnecessary. The nuclear and missile problems will be submerged in a rising tide Korean harmony and cooperation. If the stalemate is ended and North Korea is brought in from the cold, then its nuclear missiles are no longer a threat, because North Korea itself is no longer a threat. The way to achieve this breakthrough is a robust d?tente culminating in a peace treaty. Two Korean states will then live in peace side by side. They might later federate into some loose union, slowly integrating over time. Unification would grow organically from this. In such a scenario, neither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nor US Forces Korea would be needed. The threat demanding CVID and fine-tuned arms control would simply fade away.

These two models of this year’s outreach both have obvious problems. It is not clear that either will work, and if the US purses the former, while South the latter, it could induce an alliance crisis. Trying separate diplomatic tracks for awhile could produce creative solutions, but the US-South Korea alliance, given its intense focus on North Korea, will require unanimity at some point.

The problem with CVID arms control is quite obvious - no one believes the North Koreans will ever give up everything. Even if they were to consider that, they would ask for concessions so enormous - the end of the US-South Korean alliance, billions of dollars - that Seoul and Washington would likely reject such a trade.

CVID is an extraordinary demand. ‘Complete’ would mean the surrender of a program North Korea worked on for fifty years - dozens of warheads, hundreds of missiles, an unknown number of facilities, plants, uranium mines, test sites, and so on. ‘Verifiability’ would mean foreign inspectors in an extremely closed, rigid society. ‘Irreversibility’ would mean the departure of the technicians, and their families, who built the programs. Nothing this thorough has ever happened in the history of arms control. Even if we could get the North Koreans to build down somewhat, they will never go to zero. Realistically, we must accept a nuclear North Korea - and we will whether we want to or not, because the alternative is war.

D?tente is similarly heroic. North and South Korea are dramatically different polities. US-Soviet d?tente always struggled, as did the first Sunshine Policy effort. The North Koreans did not make any genuinely costly concessions during Sunshine, and it is not clear why this time will be different. The Moon government is betting an enormous amount on the hope that Kim is a reformer, but there is not much evidence to suggest that. Certainly his 2012-2017 behavior does not suggest that. And even if he is, there is little evidence that anyone on the State Affairs Commission is a reformer either. So even if Kim wants to be Deng, does he have a reformist coalition around him to push back on conservative factions in Pyongyang‘s elite? Again there is just no evidence of that.

The unfortunate truth is that North Korea is a nuclear weapons state which arms control might limit but will never eliminate. So our best hope is some kind of d?tente. But if this year’s Sunshine effort looks like the last Sunshine Policy, with few reciprocal concessions from the North, then the same hawkish critique of Sunshine Policy I - that d?tente is just appeasement - will re-emerge. This is Moon‘s challenge.

Robert E Kelly (@Robert_E_Kelly) is a professor of international relations in the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and Diplomacy at Pusan National University. More of his work may be found at his website,AsianSecurityBlog.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