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은 결국 반도체 전쟁으로 번진다"
연합뉴스 2018.11.30. 16:06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은 기술패권 경쟁이며 이는 결국 반도체 전쟁을 부를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2월 1일자 최신호 커버스토리 '반도체 전쟁: 중국, 미국, 그리고 실리콘 패권'을 통해 이 같은 양상을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전선은 기술을 둘러싼 21세기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투에는 인공지능(AI)부터 인터넷 장비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술 패권경쟁의 핵심 전쟁터를 반도체로 지목했다.
미국 산업의 선도적 입지와 슈퍼파워를 향한 중국의 야심이 가장 격렬하게 직접 충돌하는 지점이 반도체라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센 통상공세 때문에 기술패권 경쟁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으나, 사실 반도체 전쟁의 불씨는 그가 국제사회에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관측됐다.
반도체는 중국이 2014년 국내산업 발전에 1조 위안을 쏟아붓고 산업발전의 비전인 '중국제조 2025'를 선포할 때 그 핵심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이 같은 의욕을 간과하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어 인텔이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은 2016년 중국기업 푸젠 그랜드칩이 독일 아익스트론의 미국 반도체 자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좌절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전 중국의 수출 보조금 지원과 기술이전 강요에 조치를 취하라는 보고서까지 남겼다.
반도체 기술을 흡수할 수 없게 된 중국은 답답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자동차가 바퀴 위에 놓인 컴퓨터이고 은행이 돈을 옮기는 컴퓨터가 되는 판국에 미래기술의 핵심이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첨단 반도체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대만이 지배하고 중국은 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코노미스트는 매출 규모로 줄을 세운 세계 15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반도체 야심에 대한 중국의 견제는 더 강화됐다.
미국은 중국에 연계된 싱가포르 기업 브로드컴이 미국 퀄컴을 인수하기로 한 계약을 올해 3월 무산시켰다.
올해 초에는 미국 기업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공급을 일시 차단하는 방식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를 파산 위기에 몰기도 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 기술굴기의 선봉에 선 푸젠진화 반도체와 미국 기술기업의 거래를 금지했다.
그러고는 특정 기업을 넘어 미래에 주목받을 첨단기술 전반에 대해 중국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국면을 초래한 최근 변화는 두 가지이며 그 속성 때문에 반도체 정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의 변화는 중국보다 강한 국력이 기술 우위에서 온다는 것을 미국이 깨달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ZTE 사태를 겪은 중국이 반도체 자립의 필요성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됐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양국의 이런 이해관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중국 반도체에 기대게 되거나 중국의 해킹에 취약해진다는 정당한 국가안보 우려가 있고,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중국기업의 목을 조르는 상황에서 슈퍼파워 행세를 하는 게 군색하게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무역 담판을 진행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정상회담에서 어떤 말이 나오더라도 반도체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의 집권기보다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잡지는 "중국은 따라잡으려고 노력해야 할 운명이고 미국은 따라잡히지 않으려고 단단히 결심한 상태"라고 반도체 전쟁을 요약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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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달 무역전쟁 '세기의 담판', 세개의 시나리오
휴전 - 美, 추가관세 연기하는 대신 지식재산권 침해 다룰 가능성
종전 - 中, 미국기업 규제 완화 등 양보안 내면 관세전쟁 끝날수도
미국은 중국과 긴장의 강도를 계속 높여오다가 G20 정상회의가 가까워지면서 타협 가능성도 조금씩 내비치고 있다. 지난 10월 말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며 회담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267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혹은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산 수입품 전량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이었다.
미국은 7~8월 중국산 수입 상품 500억달러어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9월에는 추가로 2000억달러어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경 자세를 보였다.
그러던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나는 우리가 중국과 무엇(합의)을 하게 되는 상황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타협 가능성을 띄웠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렇게 하기(합의)를 원하는지는 모르겠다"며 "나는 합의에 열려 있지만, 솔직히 지금 상황도 좋다"고 했다.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는 "중국에 매기는 관세 때문에 수십억달러가 미국의 금고로 들어오고 있다"고도 했다. 충돌 직전 브레이크를 밟아 협상의 여지를 두지만 여차하면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당초 미·중 정상회담 참석이 배제됐던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막판에 배석자로 포함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는 대중 초강경파 인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종전선언'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시 주석이 이번 회의에서 '종전'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를 들고 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은 트럼프를 만족시키기 위해 해외 금융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겠다는 제안을 즉석에서 했었다고 WSJ는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의 양보안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연임 제한까지 없앤 시 주석이 내부 권력 입지를 감안해서라도 미국에 굴복하는 수준의 타협책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 주석은 미국의 페이스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28일 스페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주의에 대한 반대를 재확인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했다. 지난 6월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 골드만삭스 등 해외 유명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서양에선 '오른 뺨을 치면 반대편 뺨을 대주라'고 하지만 중국 문화에선 주먹으로 친다"면서 일전불사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일단 뉴욕타임스(NYT)와 WSJ 등 미국 언론들은 양측의 휴전 가능성을 더 크게 점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내년 봄까지 연기하고,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요구, 보조금 지급, 사이버 스파이 행위 등에 대해 추가 협상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무역 전쟁 장기화로 세계경제가 요동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역 전쟁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로 국제 유가는 지난 10월 이후 최근까지 30%가량 급락했다. 옥수수와 콩 등 곡물 가격도 올 들어 이달 말까지 5~10%씩 떨어졌다. WSJ는 "주요 투자 자산 70개 중 90%가 연초 이후 11월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이라며 "이는 1901년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 비중이 가장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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