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디자인·건축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217] 군더더기 없앤 영국 스카우트 로고

바람아님 2019. 4. 29. 09:08

(조선일보 2019.04.29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디자인 이노베이션)


영국스카우트연맹의 새 로고(위), 아래는 옛 로고, 2018년.영국스카우트연맹의 새 로고(위), 아래는 옛 로고, 2018년.

스카우트는 국가, 인종, 계급, 종교를 초월하여 형제애로 뭉친 청소년 훈련 단체로서

나라별로 구성된다.

스카우트 운동은 1907년 영국 예비역 육군 중장 로버트 베이든 파월(Robert Baden

Powell)이 창시하여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1910년 설립된 영국스카우트연맹은 상징인

백합꽃을 주제로 디자인한 로고를 시의적절히 업데이트해 왔다. 그런데 2003년부터

사용한 기존 로고가 몸에 맞지 않는 옷 같다는 불만이 점점 커졌다.


2016년 9월 연맹의 대표로 취임한 팀 키드(Tim Kidd)는 런던의 스튜디오 '낫온선데이

(Not on Sunday·NOS)'에 새로운 로고 디자인을 의뢰했다.

디자인팀은 상황 파악을 위해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7000여 명의 조언을 받아 보니 로고가 옆으로 기울어져서 반듯한 스카우트의

정체성과 맞지 않고, 너무 복잡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곡선 문양은 미국 '나이키'의 로고를 연상시키며, 구호인 'be prepared(준비)'는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웹사이트, 스마트폰 등 온라인 환경에서 활용하는 데 애로가 많다는 실용적인

문제도 제기되었다.


디자인팀은 기울어졌던 로고를 바로 세우고 백합꽃 문양을 크게 부각시켰다.

논란이 많던 문양과 구호를 모두 삭제하고, 색채는 밝은 자주색으로 바꿨다.

전용 서체는 구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누니토 산스'를 선정했다. 'Scouts' 밑에 작게 지역이나 그룹의 이름을 써 넣으면

맞춤형 로고가 되어 대원들의 소속감을 높일 수 있게 했다.

2018년 5월 영국스카우트연맹은 새 로고의 도입을 공식 발표하고 2년 내에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회원들은 이제 비로소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며 크게 호응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로고를 선호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임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