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9.05.08. 03:03
지난 몇천 년 동안 인류의 스승이기를 멈춘 적이 없는 부처. 그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자비를 실천했다. 그의 죽음은 보석공 쿤다가 준 음식 때문이었다. 부처는 음식을 먹더니 쿤다에게 세상 천지에 그걸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며 나머지 음식은 땅에 묻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른 음식을 주라고 했다. 그 덕에 제자들은 멀쩡했고 그 혼자만 피를 토하고 설사를 하는 식중독에 걸렸다. 그는 고통을 참고 다음 예정지로 이동해 마지막 설법을 했다. 생사를 초월한 부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여든 살의 노년인 그에게도 죽음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죽은 후 그 죽음을 두고 쿤다를 비난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 25년 동안 자신을 수행해 온 아난다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내린 지시였다. 그는 자신에게 행한 음식 공양 중 최고의 공양이 둘 있다고 했다. 하나는 그가 대각(大覺), 즉 큰 깨달음을 얻기 직전에 수자타라는 시골 처녀가 대접한 우유죽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가 열반에 들기 전 쿤다가 대접한 음식이라고 했다. 음식을 공양하는 데 들어간 지극한 정성이 먼저라는 말이었다.
어디까지나 추론에 불과하지만 부처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쿤다는 부처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역사는 그에게 부처를 죽게 만든 자라는 낙인을 찍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부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했고, 심한 죄의식에 시달리고 있을 쿤다 본인에게는 그가 준 음식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니 자책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고행으로 피골이 상접한 부처를 보고 우유죽을 공양한 수자타를 기억하는 것처럼, 열반에 들기 전의 부처에게 마지막 공양을 한 사람으로 쿤다를 기억한다. 그렇게 부처는 마지막 순간에도 한없이 지혜롭고 자비로웠다. 그는 자신의 몸이 소멸을 향해 가는 순간에도 타인을 배려한 위대한 스승이었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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