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9-05-01 03:00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인의 귀를 붙들고 좀처럼 놓아줄 기미가 없는 방탄소년단. 그들이 발표한 새 앨범에 수록된 ‘소우주’에는 별에 관한 비유가 나온다. 인간을 별에 비유하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수사법이다. 인간을 소우주로 표현하는 것도 친숙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니 특별할 건 없다. 특별함은 흔한 수사법을 쓰면서도 거기에 있는 상투성을 걷어내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는 방식에 있다.
그들에게 인간은 별이다. 단순한 별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대우주의 축소판, 즉 소우주인 별이다. 지구촌의 70억 명 모두가 그렇다. 때로는 방황도 하고 때로는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들이 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칠흑 같은 밤일수록 더 빛나는 게 별빛의 속성이니까.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별빛임을 잊거나 소우주임을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라지지 마/큰 존재니까.’ 이 노래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바로 이 대목에 있다. 무언가에 절망하여 삶을 포기하거나 위험한 생각을 할 때 자신이 별빛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라는 것. 역경을 딛고 일어설수록 인간이라는 별은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어딘가에서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을, 스스로가 별빛이면서도 별빛인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말이다. 이보다 더 따뜻한 마음과 삶에 대한 긍정이 있을까.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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