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人文,社會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48] 3급 법률 공장 된 대한민국

바람아님 2019. 4. 30. 07:08

(조선일보 2019.04.30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톰 빙엄 "법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참으로 오랫동안 '법치국가'에서 사는 것이 많은 국민의 염원이었다. 사법부가 정부의 시녀였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가 삶의 조건이었을 때 법치국가는 국민이 열망한 이상향이었다.

그런데 이 정부가 그들의 '통치행위'를 완벽히 뒷받침할 법률을 제조해서 환상적인 '법치국가'를

실현할 모양이다. 이 정부는 이제껏 현존 법을 편의대로 잡아 늘이고 구부려 전직 대통령 구속,

사실상 종신형 선고 등 무수한 관제 테러를 자행했다.

잘나가던 나라 경제를 마구 찧고 까불어서 일자리가 소멸되고 가계가 무너지고 전국에 눈물과 비명이 낭자하더니

급기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묻지마 복지, 선심용 대형 토목사업 등으로 국고를 마구 탕진하면서 한편으로

국민에게서 세금을 압착기로 짜내서 모든 계층, 연령대가 두루 고통받는 평등, 공정,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4개 정당을 발아래 두고 국회를 부리며 마음대로 법을 제조해서 자유자재로 '통치'할 작정이다.

그렇게 제조되는 법은 이성과 양식과 도덕의 결정체로서 국가의 질서와 국민의 안녕을 보장하는 법이 아닌

정부와 입법부가 짬짜미해서 찍어내는 위조지폐 같은 법이다.


국격을 처절하게 짓밟으면서 이미선이라는 '보물'을 헌법재판소에 비치해서 합헌선을 확보해 놓고 본격적 개헌 작업에

착수하려는 것 같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일반 국민은 계산법도 이해 못할 수상한 방식으로 선거구와 의원을 배분해서

개헌 의석을 확보할 심산인데, 그보다 먼저 '공수처'를 신설할 필요가 있는 모양이다.

현 청와대에 수사를 받아야 할 직원이 많지만 공수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보임'이라는 치사한 편법을 쓰는

것을 보니 의도가 매우 미심쩍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이제 곧 3권이 통합되어서 세계 최고의 능률 국가가 될 것이다.


영국의 대법원장을 역임한 톰 빙엄 판사의 저서 '법치'를 보면 영국의 법관은 법 집행을 통해 사회질서를 수호하면서

동시에 피의자를 상처받고 억울하지 않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심한다.

무절제한 겁주기용 압수 수색과 겁박용 소환 조사가 횡행하는 우리 법 집행과는 너무나 다르다.

빙엄 판사는 말한다. 스탈린이나 나치의 법이 잘 보여주듯이 법령에 따라 집행하는 행위라 해서 모두 '법치'가 아니라고.

'법의 정신'이 말살된 '법치'국가의 국민은 슬프고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