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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86〉방탄소년단의 위로

바람아님 2019. 5. 8. 08:28

동아일보 2019-05-01 03:00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인의 귀를 붙들고 좀처럼 놓아줄 기미가 없는 방탄소년단. 그들이 발표한 새 앨범에 수록된 ‘소우주’에는 별에 관한 비유가 나온다. 인간을 별에 비유하는 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수사법이다. 인간을 소우주로 표현하는 것도 친숙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니 특별할 건 없다. 특별함은 흔한 수사법을 쓰면서도 거기에 있는 상투성을 걷어내고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는 방식에 있다.

그들에게 인간은 별이다. 단순한 별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대우주의 축소판, 즉 소우주인 별이다. 지구촌의 70억 명 모두가 그렇다. 때로는 방황도 하고 때로는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들이 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칠흑 같은 밤일수록 더 빛나는 게 별빛의 속성이니까. 그러니 어떤 경우에도 별빛임을 잊거나 소우주임을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라지지 마/큰 존재니까.’ 이 노래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은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바로 이 대목에 있다. 무언가에 절망하여 삶을 포기하거나 위험한 생각을 할 때 자신이 별빛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라는 것. 역경을 딛고 일어설수록 인간이라는 별은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어딘가에서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을, 스스로가 별빛이면서도 별빛인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말이다. 이보다 더 따뜻한 마음과 삶에 대한 긍정이 있을까.


 
삶에 대한 낙관이 부재한 시대를 살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의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노래에 실려 있는 삶에 대한 낙관적인 몸짓에 열광한다. 생명을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인간이 별빛이며 작은 우주라는 사실을 환기하는 그들의 노래에서 절망을 떨쳐낼 힘을 얻는다. 타자의 위로와 환대라는 예술 본연의 기능에 이보다 더 충실하기도 힘들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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