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美國消息

“구글·화웨이 결별은 ‘美中 기술 냉전’의 시작”

바람아님 2019. 5. 22. 08:56
조선일보 2019.05.21 21:10

미·중 무역 갈등으로 디지털 세계가 둘로 나뉠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 시각) ‘미·중 기술 냉전, 화웨이와 구글의 결별로 철의 장막을 얻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구글이 최근 화웨이와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사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디지털 철의 장막’의 시작으로 여겨질 것"이라며 이 같은 관측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對)중 강경 정책이 계속되면 이미 강력한 인터넷 검열 체계를 구축한 중국은 더욱 더 외부로부터 격리될 것이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많은 국가는 반대로 중국의 기술을 차단할 것이란 설명이다.

NYT는 또 그동안 미국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중국 장비에 들어가는 까닭에 만리방화벽이 완전히 닫히지 않을 수 있었는데, 미국이 지식재산권 탈취 우려로 이런 교류를 차단하면 양국 간 기술 냉전이 걷잡을 수 없을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검열 속에서 그나마 지속되온 양국의 교류까지 사라지면 세계가 정보기술 장비와 서비스를 쓰고 이해하는 방식도 바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지구촌 네티즌의 1/5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오로지 자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로 가동되는 스마트폰과 기기만을 사용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했다.

2019년 5월 20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화웨이 매장 밖에서 한 여성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 화웨이와 화웨이의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구글은 19일 화웨이 스마트폰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접근을 차단한다며, 화웨이가 앞으로 중국 밖에서 출시할 스마트폰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G메일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도 임직원에게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화웨이에 서버 칩을, 퀄컴은 스마트폰 모뎀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공급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통신망용 기계에 핵심 부품인 스위칭 칩을 판매하고 있다.

화웨이는 오래 전부터 플랜 B를 준비해왔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OS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훙멍을 도입하고, 반도체 부품은 자회사 하이실리콘에 의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가 장기화되면 화웨이는 결국 부품 수급에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