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2019.05.27. 14:28
거제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직장 때문에 한동안 서울에서 살았다. 개인성이 짙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나날을 기록하려고 틈틈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10년째. 지금은 영국인 남편과 아들과 함께 사우스 요크셔에 살고 있다.
얼마 전 내한한 브리 라슨과의 사진 작업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만났나
처음엔 누구를 찍는지 몰랐다. 그저 4월에 내한하는 할리우드 배우와의 협업이라고만 전해 들었을 뿐. 어차피 영국에 살고 있기도 하고 아이가 아직 어려서 거절하려는 찰나 어떤 분이 “4월에 내한하는 스타라면 혹시 브리 라슨?”이라고 하더라. 나중에 기사를 보고 확신했다. 그때의 기분은 왜 나일까(웃음)?
일명 <캡틴 마블> 월드 투어 프로젝트로, 브리 라슨은 영화 홍보 차 방문하는 국가에서 항상 현지 여성 아티스트와 함께 사진 작업을 해왔다. 그녀는 당신의 어떤 점이 좋았을까 </캡틴>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여태껏 찍어온 여성들의 사진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겠거니 싶다.
시간 분배와 동선. 셀러브리티와의 촬영에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 특히 비 예보까지 있어서 꽤 긴장하고 있었다.
브리 라슨의 어떤 면을 사진에 담고 싶었나
이런 취지의 프로젝트를 이끄는 그녀라면 본인이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최대한 거기에 따르려 했다. 개인적으로 꽃을 좋아해서 벚꽃만 준비해 갔다. 촬영지였던 한국가구박물관에 진달래가 예쁘게 폈길래 그것도 소품으로 썼는데 브리가 좋아하더라. 꽃이 너무 예쁘다고.
짧은 시간 함께한 브리 라슨은 어떤 사람이었나
영리하고 친절한 사람. 전체 내한 일정이 굉장히 타이트했을 텐데도 매 순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여기에 잠깐 앉아볼래요?” 하면 신고 있던 양말을 벗고 주저 없이 앉던 모습도 떠오른다.
브리 라슨의 사진에서도 역시나 당신이 평소 즐겨 찍는 빛과 꽃, 자유로운 포즈의 피사체가 눈에 띈다
우선 나는 모델이 불편해 하면 사진을 찍지 않는다. 그저 예쁘게만 찍힌 사진은 시간이 지나면 꺼내보지 않게 되더라. 마음속에 남는 사진은 결국 일상에 대한 개인적인 감각이 묻어나는 것들인데 그래서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과 계절감 있는 식물들, 인물의 찰나가 담긴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빛과 타인의 일상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으로 창문을 찍기 시작했다. 주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창가 주변의 오브제들, 창문 유리에 어린 직간접적인 빛의 반사 등 창문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꽤 많다.
스스로 포토그래퍼가 아닌 비주얼 아티스트로 칭하던데
지금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게 사진이라 그렇지만 설치미술, 영상에도 관심이 많다. 정지된 사진보다 초고화질 유튜브를 보는 게 더 익숙한 세대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며 가능성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설가의 꿈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인생 첫 책인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평생 잊을 수 없고,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읽고 받았던 충격도 마찬가지다. 강인함이 느껴지는 주도적인 여성상이 좋았고 늘 그런 여자가 되고 싶었다.
왜 사진을 찍나
사진은 나와 너를 기억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 믿기 때문에. ‘여행 가면 사진만 남는다’는 말이 나한테는 정말 맞는 말이다.
꼭 찍어보고 싶은 피사체는
이미 세상을 떠난 타샤 튜더를 찍고 싶다. 그녀가 평생 동안 일군 아름다운 정원과 그녀를 따르는 토끼들도 함께.
당신이 갖고 싶은 ‘슈퍼 파워’가 있다면
늘 끈기가 부족했다. 작은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사소한 성공에 집중하는 힘이 있었으면!
니나 안의 사진이 궁금하다면인스타그램 계정 @ninaahn_official을 팔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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