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비드가 황금화살은 아폴론을 향해서 쏘았고, 납 화살은 물의 요정 다프네를 향해 쏘았다. 그러자 아폴론이 사랑에 눈 멀어 이성을 잃고 다프네를 정신없이 쫓아간다. 죽기보다도 싫은 다프네가 도망가면서 그의 아버지인 강의 신 페네우스에게 도움을 청하자, 페네우스가 그를 월계수 나무로 변하게 해주고 있다. 한쪽 다리는 이미 월계수나무 줄기가 됐고, 손가락에서는 잎이 솟아 나오고 있다. 다프네 아래에는 페네우스가 있고, 그 뒤에는 아폴론을 사랑에 빠지게 한 큐피드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이 그림은 이탈리아의 대표적 로코코 화가인 티에폴로의 작품으로 다프네가 월계수 나무로 변하는 순간의 모습을 담았다. 하늘의 파란색이 선명하면서도 화려한 인상을 만들고, 아폴론과 다프네의 동작이나 비대칭적인 구도와 불균형적 형태들이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빛의 묘사를 통한 밝은 대기 효과와 다채로운 색상을 통한 은은하면서 화사한 분위기가 우리를 그림 안으로 빨아들인다. 아폴론은 어떠했을까. 쫓아갔으나 이미 월계수 나무로 변한 다프네를 발견한 아폴론은 상심에 젖는다. 그리고 한탄하면서 자신이 못다 이룬 사랑을 월계수 나무가 대신하고 항상 푸른 모습으로 자신과 함께 영광을 누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연유로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이나 운동경기 승리자의 머리에는 월계관이 씌워지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정치가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오죽하면 동물국회라고까지 말할까. 이번 주말에는 야구장에나 가야겠다. 함성과 박수 소리가 쏟아지는 그곳에는 불편하고 착잡한 우리 마음을 씻어 줄 월계관의 주인공이 분명 있을 것 같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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