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2019.04.29. 08:08
로봇 사진가 VS 인간 사진가의 대결
"4차 산업으로 변하게 될 사진의 미래"
수천 년 역사를 지닌 회화에 비해 사진은 이백 년이 안 되는 짧은 역사를 지녔다. 사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진은 일부 화가들에게는 경멸의 대상이었다. 데생부터 배우기 시작해 기초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회화에 비해, 너무도 쉽게 현실을 재현한다는 점에서였다. 빈센트 반 고흐는 1886년 6월 그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실제와 똑같이 그리고 색칠하는 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일이 아니다. 설령 현실을 거울로 비추는 것처럼 색이나 다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일이 가능할 지라도, 그렇게 만들어낸 것은 그림이 아니라 사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흐 역시 보들레르와 비슷한 입장이었던 것 같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사진을 예술로 끌어올린 인물은 프랑스 사진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다. 세기의 눈이라고 일컬어지는 브레송은 찰나를 담은 ‘결정적 순간’이라는 미학으로 사진이 예술이 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브레송은 평생 독일제 라이카 카메라만을 사용했다. 라이카는 지금은 고급스러운 명품 카메라이다. 하지만 대형 카메라가 주를 이루고 있던 20세기 초 라이카는 35mm 소형 카메라로 비주류였다. 마치 예술사에서 사진이 차지했던 위상처럼.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이 만드는 현대미술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실로 지대하다. 미술 전공자도 사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예술 작품을 만든다.
브레송은 살아생전 말했다. “카메라는 내 눈의 연장이다. 그때부터 그것은 내 곁을 떠난 일이 없었다.”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실제 눈이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해서 눈만 깜빡이면 사진 찍을 수 있는 로봇 사진가를 상상해본다. 이 로봇 사진가에게 딥러닝 방식으로 수천만장의 사진을 학습하도록 한다.
광활한 대지를 담은 풍경사진이나 맹수가 사냥하는 생생한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을 로봇 사진가라고 못해낼 리 없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수천 미터 아래의 해저나 위험하기 그지없는 용암지대 같은 곳을 로봇 사진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간다.
그렇다면 로봇 사진가는 사회와 사람 속으로 들어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난 뒤 작업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해낼 수 있을까? 로봇이 사람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이미 1999년 소니가 로봇개 아이보를 개발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적이 있다.
명확한 이론과 개념을 갖춘 순수예술 사진을 로봇 사진가가 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로봇 사진가와 인간 사진가의 대결이 펼쳐진다. 예술은 낡은 틀을 깨부수고 새로움을 창조해내야 살아남는다. 진부함은 예술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예술의 적은 다름 아닌 예술이다. 사진은 카메라나 포토샵 같은 도구가 기반이 된다. 이미 몸속의 부품처럼 사진 장비를 갖춘 로봇 사진가가 등장한다면 사진의 역사는 어떻게 바뀔까?
로봇 사진가의 미래는 가늠할 수 없지만, 인간 사진가의 미래는 조금 예상해 볼 수 있다. 자신만의 철학을 갖춘 작업을 하지 못하면 예술가로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4차 산업으로 변하게 될 사진의 미래가 자못 궁금하다.
◇이상미 대표는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 통신부로부터 ‘프랑스 문화 자산 및 문화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외국인 최초로 수석으로 2010년에 취득했다. 파리 현대 미술 갤러리 및 드루오 경매회사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서래마을에 있는 이상아트 스페이스에서 회화, 설치, 조각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시와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류성 (sta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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