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애니멀피플]아이슬란드의 오름…그 신비의 근원을 찾아서

바람아님 2019. 7. 4. 07:48

한겨레 :2019-06-19 09:52


[애니멀피플] 미바튼 호수의 기적
1. 모든 것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미바튼 호수 지역의 유사 분화구들.
미바튼 호수 지역의 유사 분화구들.


애니멀피플은 아이슬란드 미바튼(Mývatn) 호수의 자연과 생명을 기록하고 감상을 담은 책 <미바튼 호수의 기적>을 쓴 작가 운누르 외쿨스도티르의 글을 5회에 걸쳐 싣습니다. 미바튼 자연연구소의 출판 책임자이자 홍보담당자인 운누르 외쿨스도티르가 미바튼 새의 개체 수 연구에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한 뒤 보고 느낀 경이로움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묘사한 <미바튼 호수의 기적>은 2017년 아이슬란드 문학상, 2018년 아이슬란드 여성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아이슬란드 북부에 있는 미바튼 호수는 2천여 년 전 화산 폭발로 생겨난 곳입니다. 폭발한 용암이 대지로 흘러 수백 개의 웅덩이와 분화구, 가파른 절벽과 용암협곡, 그리고 미바튼 호수를 만들었습니다. 미바튼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하모니와 변화를 통해 우리 곁의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사라지는 동식물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_______
평화로운 자연 속으로의 안내

아이슬란드를 찾아오는 여행자는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미바튼(Mývatn: Mývatn의 Mý는 모기를, vatn은 호수를 의미한다)은 섬, 곶, 분화구, 용암, 산으로 이루어졌다. 태양이 산자락 뒤로 저무는 그 순간 불가사의한 광채가 호수와 대지, 그리고 그 주변을 비춘다.

북쪽에 있는 둥지를 찾아가는 아비새의 날갯짓과 호숫가에서 노니는 붉은목지느러미발도요의 울음소리가 온 세상에 드리워진 깊은 정적을 깰 뿐이다.

미바튼 호수의 일몰.
미바튼 호수의 일몰.

붉게 물든 호수와 그 주변의 자연은 마법의 신비를 드러내고, 여행자에게 이곳이 자연의 기적으로 가득 찬 곳임을 일깨워준다. 눈에 보이기도, 또 그렇지 않기도 하며, 이해와 불가사의가 교차하고, 드러나 있으면서 숨겨진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튼”

바튼은 흐르는 물 내지는 고인 물을 의미한다. 아이슬란드에서 물은 다양한 형태와 관계를 이루며 넘쳐흐른다. 이곳에는 맑은 지하수, 빗물, 계곡물, 눈, 얼음, 빙하, 온천수가 있으며, 바닷물이 섬을 둘러싸고 있다는 사실도 빼놓을 수 없다. 물의 힘이 섬 풍경과 현상을 만들어놓은 가장 큰 몫이었다.


아이슬란드는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신생대 지역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곳이 용암으로 덮여 있고 용암지대 위로 내린 빗물은 지층 속으로 스며들거나 지표면의 물로 고였다.

이곳의 담수는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그것은 보석과 같은 느낌을 주고 반짝거리며 빛나는 수면 위에 주변의 모습과 하늘이 비칠 때면 창조자의 눈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바튼 호수에 비친 하늘과 오름.
미바튼 호수에 비친 하늘과 오름.

호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호수가 생명체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은 모든 존재에게 필요하고 또한 생명의 근원이다. 인체도 물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물이 필수 불가결하다.

_______
“이 모든 것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약 2000년 전, 인류는 지구 위의 모든 곳에 살고 있지 않았다.

그 섬의 철새 말고는 그 누구도 나중에 아이슬란드라는 이름을 갖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살기까지 천 년이 더 걸릴 것이란 사실도.

북방흰뺨오리
북방흰뺨오리

약 2000년 전 지금의 미바튼 자리에는 다른 호수가 있었다. 퇴적층이 보여주듯이 미바튼은 비옥한 호수였으며 지금보다 훨씬 깊었다. 거대한 산맥을 이루고 있는 산들은 호수를 둘러싼 울타리처럼 서 있었다.

오늘날 쓰렝스라보르기르와 루덴타보르기르라고 불리는 지역에 화산이 폭발하여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깊은 옛날의 미바튼 호수를 중심으로 역사 이전의 고요함과 평화가 지배하게 되었을 것이다.


용암은 옛날의 미바튼 지역을 덮쳤고 미바튼의 모습을 바꿔놓으면서 좁은 분지로 흘러들며 서쪽으로 퍼졌다. 첫번째 용암분출이 일어난 다음에 용암은 일종의 용암터널과 같은 도랑을 따라 호수로 쏟아져 내렸다.

호수 바닥의 퇴적층 안에 있던 물이 펄펄 끓는 용암과 닿자 강력한 수증기 폭발이 일어났고, 이 폭발이 일어나면서 마그마가 끓어올라 마치 땅속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공중 높이 솟아올랐다. 이러한 폭발을 유사폭발, 또는 흐르는 용암 속에서 일어나 부분폭발이라고 한다.


마그마는 용암 아래 통로를 따라 계속 이동했고 폭발은 여러 시간 동안, 때로는 같은 장소에서 온종일 일어났다. 펄펄 끓는 마그마는 계속 고랑을 따라 호수에 흘러들면서 물과 만나게 되었고 계속되는 폭발 때문에 유사 분화구가 생겨났으며 이것이 미바튼을 특징짓는 오름이 되었다.

1000년이 지나 이곳의 풍경은 새롭게 탄생하였고 오늘날 보듯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했다. 이끼로 뒤덮이고, 풀이 자라나고 꽃이 핀…….

_______
“이 모든 것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유사 분화구는 미바튼의 새로운 명물이다. 다른 지역과 뚜렷이 구분되고 풀들이 자란 분화구들은 호수를 감싸고 있으면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느끼게 하고 신기하다. 호수를 장식하고 있는 섬들도 사실 알고 보면 유사 분화구이다.

유사 분화구들.
유사 분화구들.
 
사람들은 미바튼의 분화구가 지구 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미바튼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랜 시간에 걸쳐 폭발이 이루어졌으며 그 폭발력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분화구를 만들 정도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미바튼에 사는 사람들은 분화구로 만들어진 산을 분화구라 하지 않고 오름, 또는 바위로 만들어진 높은 의자, 정상, 큰 솥 안의 구멍이라고 말한다.


미바튼 둘레의 산들은 어마어마한 화산의 폭발을 지켜본 유일한 관객이다. 거의 모든 산과 오름이 화산 폭발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이 화산지역의 특징이다. 화산지역을 벗어나면 산들은 빙하기에 만들어진 커다란 케이크를 잘라놓은 것 같은 용암의 퇴적층이다. 미바튼의 모든 산은 특별하고 연쇄적인 화산 폭발의 기념비적인 유산이다.

<미바튼 호수의 기적> 저자 운누르 외쿨스도티르.
<미바튼 호수의 기적> 저자 운누르 외쿨스도티르.
 
여유를 가지고 석양에 반짝거리는 고요한 호수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누가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장 먼저 체험했을까 궁금해진다.

분명히 새였을 것이다. 제일 처음 이 호수 위를 유유히 날면서 새롭게 탄생한 장관을 구경한 생명체는…….


글 운누르 외쿨스도티르 <미바튼 호수의 기적> 저자, 번역 서경홍

사진 출판사 ‘북레시피’ 제공, 그림 아르니 에인아르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