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미바튼 호수의 기적
2. 새를 세는 두가지 이유

미바튼 호수의 일몰과 새 무리.
미바튼 호수의 일몰과 새 무리.
 
행복한 이 피조물은 자기 스스로 만족하고 자기 힘으로 허공을 날아다닌다. 새는 자유의 상징이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새란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이다. 봄이 되면 새가 돌아오고 허공을 기쁨과 노래로 가득 채운다.

어떤 새들은 가을이 되면 다시 떠나가지만 또다른 새들은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겨울을 지낸다. 우리는 새에 대해 경탄을 금치 못하면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우리는 날갯짓을 하며 허공을 날 순 없지만 새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들의 생태를 알아볼 수는 있다.


많은 새 관찰자들은 이 일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목적에 맞게 새를 관찰하며 기록하고 새의 종류를 ‘수집’한다. 그들은 고급 망원경과 단망경, 전문서적과 기록노트를 갖추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새를 관찰하러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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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장치’는 잘 작동하고 있는지

새의 개체 수 파악은 두 가지 기본적인 목적이 있다. 그 하나는 순수 학문적 목적이다. 개체 수를 파악함으로써 새의 개체군과 미바튼과 락사우에 있는 새의 숫자를 알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자연보호의 관점이다. 인간이 개입한 삶의 공간이 자연과 교감을 이루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를 세는 일은 일종의 경보장치와 같은 것이다.

새 무리
새 무리
 
미바튼 자연연구소의 임무는 자연을 관찰하여 인간에게 다시 미칠 뜻하지 않은 변화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물론 학문적, 그리고 자연보호적인 두 개의 관점은 서로 공통점을 지닌다. 미바튼 생태계의 보호는 현존하는 것을 기록할 뿐 아니라 이 삶의 공간이 왜 이렇고 어떠한가를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왕성한 활동이 벌어지는 봄에 새들을 관찰하는 일은 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그날 아침, 우리는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발길을 멈추고 한참 동안 한 쌍의 오리를 관찰하였다. 그 오리들은 우리 집 앞에 있는 못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수컷 오리들은 암컷들과 같이 무리를 지어 앉아 있었는데 암컷을 유혹하여 짝짓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귀뿔논병아리
귀뿔논병아리
 
거기에서 좀 더 떨어진 곳에서는 귀뿔논병아리가 물 위에서 놀고 있었다. 수컷은 벌써 이미 화려한 깃털을 뽐내며 유유자적 헤엄을 치고, 암컷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교만을 떨었다. 눈과 귀만 있으면 새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망원경이 있으면 새를 더 정확히 볼 수 있다. 좋은 망원경이 있으면 북방흰뺨오리의 녹색과 노란색의 독특한 눈도 볼 수 있다.

북방흰뺨오리
북방흰뺨오리
 
사람들은 북방흰뺨오리의 신기한 모습을 충분히 연구할 수 있고,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스포츠 스타와 수퍼모델처럼 폼을 내는 새의 모든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북방흰뺨오리는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물 위를 이리저리 뱅뱅 돌며 모기를 잡아먹는다. 이 새들은 봄이 오면 충분한 먹이를 먹고 알을 낳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자신의 몸무게와 맞먹을 정도의 알을 낳는다.

지느러미발도요
지느러미발도요
 
여기 사람들이 헤엄치는 병아리라고 부르는 지느러미발도요새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대여섯 마리가 호숫가에서 가까운 수면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 새들은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모르고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지느러미발도요새는 가장 신비로운 새로 여겨졌는데 봄이 되면 그들이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덧 그 비밀이 풀리게 되었다. 지느러미발도요새는 페루의 해안가에서 겨울을 난다. 이 새는 암수의 역할 분담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느러미발도요새는 암컷이 더 크고 깃털이 화려하고 암컷이 짝짓기를 주도하면서 수컷을 놓고 암컷들이 싸운다. 그리고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부화를 시킨다.


나는 이상하고 예쁜 새로부터 눈길을 돌려 나의 새 개체 수 기록리스트를 들여다보았다. 그 기록노트는 고문서와 같은 노란색이었고 줄이 쳐진 것이었다. 각 페이지의 첫 줄에는 개체 수를 파악할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오리와 새 종류 이름의 처음 알파벳 세 개를 적어놓았다. 한 종류의 새를 세 개의 줄에 기록했다.

검은머리흰죽지오리
검은머리흰죽지오리
 
첫 줄에 한쌍의 새를 의미하는 P, 두 번째 줄에 수컷의 상징 ♂, 그 아랫줄에는 암컷의 상징 ♀을 표시했다.

새들이 출현하는 빈도에 따라 리스트도 만들었다. 댕기흰죽지오리, 검은머리흰죽지오리, 홍머리오리, 북방흰뺨오리, 바다비오리, 검둥오리, 긴꼬리오리, 청둥오리, 쇠오리, 알락오리, 고방오리, 흰줄박이오리, 귀뿔논병아리, 회색기러기.

기록노트의 맨 아래에는 비교적 개체 수가 적은 새의 종류를 적어놓았다. 분홍발기러기, 큰고니, 아비목오리, 비오리, 흑꼬리도요새, 아비오리, 큰까마귀. 그리고 우리는 검은가슴물떼새, 중부리도요새, 모든 참새들도 기록했다. 미처 알지 못하는 새나 아주 드문 새를 위해 빈칸을 마련해두었다. 하다못해 집오리까지 모든 새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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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신경을 집중하는 일

조류학자는 삼각대를 세워놓고 그 위에 커다란 망원경을 설치한다. 그리고 새의 숫자를 세기 전에 그 지역을 어느 정도 관찰한다. 기록담당자는 땅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새의 기록노트가 끼워진 클립보드를 들고 연필을 꺼내든다. 그러고 나면 잘 듣고 정확히 기록하는 일만 남는다. 기록담당자는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새를 기록하고 세는 일은 인간이 자연과 잘 교감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새를 기록하고 세는 일은 인간이 자연과 잘 교감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렇게 아침이 지날 때까지 개체 수 세기는 계속되었다. 조류학자는 망원경을 통해 수면 위를 뚫어지게 관찰했다. 그는 거의 보이지 않는 호수 저 멀리에 점점이 떠 있는 새들의 종류를 확인하고 숫자를 불러주었다. 기록담당자는 기록노트에 올바르게 연필로 표시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기록노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춥지만 아름다운 이 아침은 앞날이 기대되는 순간이자 일 년 동안의 새의 개체 수를 파악하는 데 아주 좋은 출발이었다.


글 운누르 외쿨스도티르 <미바튼 호수의 기적> 저자, 번역 서경홍
사진 출판사 ‘북레시피’ 제공, 그림 아르니 에인아르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