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1.13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임기 반환점 돈 대통령… 국민적 피로도는 임계점
정신줄 놓은 듯한 문 정권… 우왕좌왕 갈피 못 잡는 소용돌이 속 대한민국
여기에 조국 스핀 걸린 토네이도가 오고 있다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 얼마 전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적어도 '절반의 국민'이 느끼는 피로도는 "아직도 절반 남았냐?"는 탄식으로 대변된다.
국회에서 대통령의 양산 사저에 퇴임 후 거처 준비로 22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해서
여야 간에 논란이 일었을 때 세간에선 "당장 100억원이 들어도 좋으니 제발이지 좀 더 빨리
내려가시게 하면 좋겠다"는 불경스러운(?) 분위기마저 나돌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피로도는 적어도 체감상으론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물론 '절반의 국민'이란 단서를 꼭 붙여야겠지만!
# 그런데 그 '절반의 국민'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다름 아닌 대통령 자신이다.
본래 대통령은 지지 여부를 떠나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고 또 그래야 마땅하다.
그래서 그냥 '통령(統領)'이 아니라 '대통령(大統領)'인 것이다.
취임 초 84%를 찍었던 대통령 지지율이 39%까지 떨어졌었고 지금도 40%대다.
그 지지율의 지속적 하락만큼 '절반의 국민'이 꾸준하게 재생산된 측면도 없진 않겠지만 역시 결정적인 것은
조국 사태였다. 조국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끝난 후 대통령은 결국 조국을 택하고 '절반의 국민'을 외면했다.
아니 버렸다고 해야 맞을지 모른다.
#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다시 국회 앞에서 국민이 둘로 짝 갈라져 있을 때도 대통령은 그것을 초래한 자신의 과오를
시인하기는커녕 직접민주주의의 의사 표시일 뿐이라고 눙쳤다. 분열을 막고 통합을 이뤄내야 할 대통령 본연의 임무를
이미 망각한 상태였던 것이다. 누군가의 미소가 어색해지는 것은 그 사람에게서 마음이 떠났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의
미소가 그렇다. '절반의 국민'은 대통령의 미소, 그 알듯 모를 듯한 웃는 모습에 더욱 화가 치민다고까지 말한다.
# "대통령이 지난 2년 반 동안 지구를 아홉 바퀴 돌며 42개국에서 정상 외교를 펼쳤다"는 식으로 임기 절반의 활동상을
이야기하는 청와대 분위기로 볼 때 오는 19일 예정된 국민 300명과의 타운홀 미팅도 별반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진짜 문제는 경제이기에 한 번 더 '쇠귀에 경 읽기'일지라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소득 주도니 포용 경제니 하는 경제 기조부터 바꿔야 한다. 고집하다가 다 망한다.
특히 주 52시간제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 손바닥만 한 구멍가게가 더 힘들다.
오는 손님은 없고 지키고 있을수록 손해인데, 도둑 같은 세금만 돌아온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뭐가 돌아가야 세금을 내지, 세금이라도 제대로 낼 수 있게 경제 만들어놓고 걷어야지" 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성난 아우성처럼 들린다. 이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그조차 쉽지 않다.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다 결국엔 그마저도
사그라지며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주변을 둘러보라! 쓰러지고 사라진 이들이 지천이다.
# 묻지 마 경제, 퍼주기 경제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애초에 설정 자체가 잘못됐다.
경제는 가계와 기업, 즉 민간이 주도하는 거다. 정부가 나서서 소득 주도니 포용 경제니 하고 섣불리 나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이 바닥이다 못해 지하에 잠수 탄 지 오랜데 아직도 대통령과 비서실장은 일자리만 문제지
다른 건 잘되고 있단다. 곳간에 있는 거 쌓아두면 썩어서 똥 되는데 그거 푸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청와대 대변인이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한소리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정책실장은 '핀셋 규제' 운운하는데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간 강남 아파트 두 곳은 청약 경쟁이 200대1, 400대1을 넘어
졸지에 10억 상당 로또가 돼 버렸다.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가 조국 유탄을 피해 내년 입시부터 정시 확대를 언급하자
대치동 전셋값이 하루아침에 2억~5억원이 올라버렸다. 집값, 전셋값 잡는다더니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있다.
이건 아마추어 정부도 아니다. 정신줄 놓은 정부다. 하긴 청와대의 복무 기강 세우고 정부 각료들 제대로 하는지
살펴야 할 민정수석이 근무시간 중 ATM으로 달려가 불법 차명 계좌로 작전주에 투자하느라 여념 없는 마누라에게
수천만원을 송금해가며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백지 신탁의 의무를 아주 우습게 짓뭉개 버리는 나라인데 더 말해 무엇하랴.
더구나 그가 아내를 내세워 투자한 곳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투자처가 없다.
다 죽어 거죽만 남은 코스닥 상장사를 2차전지 시장이 열린다는 사전 정보로 이리 튀기고 저리 튀겨서 불꽃놀이하듯
돈놀이하고 먹튀하는 전형적인 작전 세력에 얹혀 급전 넣고 초고율의 이익 챙기는 자본주의의 가장 쓰레기 같은 곳에
몸을 적신 것이다. 게다가 진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자본주의 밑바닥의 질퍽한 돈놀이에 몸을 더럽힌 자들이
스스로 진보적 자유주의자 내지 사회주의자임을 내심 자부하는 이 정권 안에서 비단 조국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머지않아 그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 대한민국이 수립되던 1948년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시기에 주한 미 대사관 문정관으로 일했고
다시 1958년부터 1963년까지 이승만 정부 말기와 4·19 그리고 5·16의 격동기를 미 대사의 자문역으로 일하며
위기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목도했던 그레고리 헨더슨(1922~1988)이 미국으로 돌아가 1968년 하버드대 출판부에서
책 한 권을 출간했다. '한국, 소용돌이의 정치학'이 그것이다. 헨더슨이 꿰뚫어 본 것처럼 한국은 소용돌이의 정치가
반복되어 온 나라다. 한번 스핀이 먹으면 모두 날려버릴 때까지 그치지 않는다.
조선시대의 사화(史禍)부터 박근혜의 탄핵에 이르기까지 늘 그래 왔다.
그런데 이제까지 겪은 것이 소용돌이였다면, 앞으로 겪을 일은 더 무서운 토네이도다.
물론 그 토네이도에 스핀이 먹게 한 이는 다름 아닌 조국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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