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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76] 죽어도 가겠다고 했는가, 죽어도 가라고 했는가?

바람아님 2019. 11. 18. 06:56

(조선일보 2019.11.12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박상후 '메이지 유신을 이끈 카게무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일본의 도쿠가와(德川) 막부 시절인 1657년 3월 2일에서 4일까지 화재로 에도(현재 도쿄)의 절반이

불탔다고 한다. 당시 에도의 고덴마초에 있었던 막부 최대 규모 형무소에도 거센 불길이 엄습해서

그냥 뒀다가는 수감자 120여명이 다 타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소장(所長) 격의

이시데 요시후카는 죄수 120여명에게 "일단 그대들을 풀어 줄 테니 빨리 불을 피하라.

하지만 화재가 수습되면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돌아오지 않으면 나는 할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죄수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불을 피해 흩어졌고, 화재가 진압되자 전원 감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시데는 감격해서 죄수들의 감형을 막부에 탄원했고 죄수들은 전원 한 단계씩 감형을 받았다 한다. 이시데의

인도주의 정신은 메이지 시대의 감옥법을 거쳐 현행 일본 헌법의 형사 수용 관련 법률에도 계승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법에도 피의자의 생명권과 소명 기회 부여 원칙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북한이 개재되면 모든 법률이 효력 정지되는 것 같다. 이번에 북한 오징어잡이 배의 선원 둘을 동해에서 나포했다가

닷새 뒤에 국민은 물론 국방부도 통일부도 모르게 청와대 결정으로 북송한 행위는 국민을 상대로 부린 요술이다.

국민을 감쪽같이 속이려 했을 뿐 아니라 어부들이 북한에 돌아가면 죄가 없더라도 잔인한 극형을 당할 것이 틀림없기에

국민적 공분이 높다. 어부들이 죽어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는 주장을 누가 믿겠는가?


19명 탑승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 허름한 작은 어선에서 세 사람이 무슨 수로 16명을 차례로 살해한다는 말인가?

그런 일이 가능하다 해도 그런 희대의 범죄자들을 국민 몰래 송환하고 없던 일로 하는 것이 정부의 권한 또는

재량에 속하는가?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대한민국 검경이 장기간 철저한 조사로 살해 여부, 살해 방법, 살해 동기 등

모든 사실을 규명해서 국민 앞에 공개한 후에 어부들의 신병 처리를 결정해야 하는데 어부들을 황급히 돌려보내고

증거물인 어선까지 송환했으니 진실은 수장(水葬)되었다.

이제껏 여러 건의 북한 선박 해상 침투를 처리하는 정부의 방식을 보면 우리의 해상 국경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고,

우리 정부는 국민과 운명 공동체가 아니고 북한과 깊은 내연관계 같다.

북한은 박왕자씨 살해를 사과도 안 했는데 우리 정부는 금강산 시설이 낙후했으니 새로 지어주겠다는 제안까지

한 모양이다. 우리 국민이 어쩌다 의붓자식 신세가 되었을까? 




메이지유신을 이끈 카게무샤 : 막후의 인물
박상후 지음/ 프리덤앤위즈덤/ 2019/  438p
913.02-ㅂ298ㅁ/ [양천]책누리실(2층) / 대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