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1.22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소설 '서유기(西遊記)'의 주인공 손오공(孫悟空)은 말썽 많은 원숭이였다.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있는 천궁(天宮)에서 큰 소란을 벌이기도 했으나
결국 자리 하나를 얻었다. 필마온(弼馬溫)이라는 직함이었다.
그 유래를 푸는 설명이 흥미롭다.
옛 중국에서 귀중했던 말에게 돌림병이 돌면 치명적이다. 그를 방지하려고
마구간에 원숭이를 함께 길렀다. 원숭이 오줌이 말의 돌림병 예방에
효력이 있다는 속설 때문이다. 이 점으로 보면 손오공이 천궁의 마구간에서
자리를 얻었다는 소설의 설정은 자연스럽다. 그 직함은 따라서 '말 돌림병을
피하다[避馬瘟]'라는 표현을 같은 음, 다른 뜻으로 적은 형태라는 설명이다. 대체로 수긍을 얻는 해설이다.
과거 돌림병은 광범위한 인명과 물적 피해를 낳았다. 우리말에도 '염병(染病)'이라는 표현으로 자주 등장한다.
누군가를 저주할 때 자주 쓴다. 흔히 역병(疫病)이나 역질(疫疾)이라고도 적는다.
병원체가 인체에 침입해 사람에서 사람에게 전해지는 병이다. 중국에서는 온역(瘟疫)이라는 표기가 일반적이다.
자연재해가 휩쓸고 간 뒤 위생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창궐(猖獗)했던 기록이 퍽 많다.
시역(時疫), 여역(癘疫)으로도 부르고 대개 열을 수반해서 온역(溫疫)이라고도 적었다.
중국은 가뭄과 홍수 등 재난이 많았던 땅이다. 그 뒤에 몰아닥치는 돌림병도 흔했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위세를 떨친 적이 있었고, 최근에는 돼지에게만 옮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豬瘟)이 서민의 식탁을 위협한다. 이제는 쥐가 옮겨 대단한 인명 피해를 낼 수 있는 서역(鼠疫)이
말썽을 빚을 듯하다. 14세기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았던 일명 '페스트'다.
베이징(北京)에서 몇 차례 발병 사례가 알려져 홍콩 사태와 경기 하강 등으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중국 분위기가 더 뒤숭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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