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11.05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박성엽 '북에서 남파한 고정간첩의 증언'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김정은이 자기 부친을 폄하하면서까지
"금강산의 너절한 남측의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를 내렸다.
아버지 김정일이 남측과 협의해서 설치한 (당시의 첨단) 시설들인데 너절하다면
김정일의 안목이 형편없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그 패륜아의 날강도 선언을 그나마 말 걸어 줬다고 고마워하는 기색이다.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화답(!)하면서 '관광은 유엔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개별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보내서 북한 경제에 푼돈이나마 보태겠다는 말이겠다.
그러다가 제2의 박왕자씨 사건이 일어나면 어찌할 것인가?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고 바로 다음 날 미사일을 쏘았는데 그것이 인륜상 결례라는
지적에 대해 정의용 안보실장은 '발인한 다음에 쏘았다(그러니 결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매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 쏘았더라면 김정은은 완벽한 국제 신사로 칭송받을 뻔했다.
지난 2년 반의 동해와 서해에서 행해진 북한의 무수한 도발, 침투 행위, 기타 온갖 비인도적 반칙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는 늘 북한을 감싸고 변호했다.
급기야 우리 귀한 축구 선수들을 북한에 보내서 생명과 안전의 위협에 노출시키기까지 했다.
지난달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경기가 그토록 기괴한 분위기에서 열릴 줄이야 예상 못 했겠지만
경기 중 몸싸움으로 살상이 발생할 수 있는 축구 경기에 그리도 허술하게 우리 선수를 보내다니,
김정은에게 우리 선수들의 생사를 맡긴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김정은이 '삼국지' 같은 데 나오는 "저 장수를 우리 편으로 만들지 못하면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라는 속삭임을
떠올리며 우리 스타 선수들을 납치했다면?
그래도 문 정부는 허둥거리며 오히려 북한을 위한 변명 마련에 급급하지 않았을까?
1950년에 월북했다가 1968년에 간첩으로 남파되었던 박성엽씨는
북한이 6·25 때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한 후 3일간 진격을 멈추고 지체했던 이유가,
국회를 소집해서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남북한 통합을 선언하려 했던 것이라고 증언한다.
당시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였으니 말 되는 계획이었는데 의원을 정족수만큼 모을 수 없어서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안보가 이토록 허물어진 상황에서 북한이 서울을 점령하고 국회를 소집해서
'남북 단일 정부 선언' 같은 것을 해버리면 대한민국이 해체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대통령의 국가관을 신뢰 못 하는 국민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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