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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74] 교사들에게서 학생을 구출해야 하는 나라

바람아님 2019. 11. 26. 10:11

(조선일보 2019.10.29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안얀 배너지 編 '사르베팔리 라다크리슈난 탄생 100주년 기념문집'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공산주의가 나쁜 이유를 '공산주의는 내 것, 네 것이 없이

모든 것을 공동 소유로 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자기 물건은 아껴 쓰지만 공동 소유인 물건은

아끼지 않고 마구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마음에 사람들이 자기 소유가 아니면 물건을 마구 쓴다는 것이 납득이 안 가서 선생님 말씀이

믿기지 않았다. 그 후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공공재나 남의 물건을 얼마나 험히 쓰고 낭비하는가를

새록새록 느끼면서도 그때 선생님 설명의 불충분함에 대한 아쉬움은 남았다.


그로부터 약 30년 후 1980년대 말에 대학을 갓 졸업한 한 젊은이에게서 자기 세대가 반자본주의적인 것은

학교에서 억지로 받은 반공 교육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충분히 공감했다.

그리고 그 후에 전교조 교사들이 교실에서 반자본주의, 친사회주의 이념 교육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

는 그들의 제자들은 반사회주의, 친자본주의 세대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교조 교사들의 이념 교육은 훨씬 설득력이 강했는지 학생들을 무더기로 좌경화시켰다.

혼탁한 정치 상황과 악마의 교과서를 한껏 활용하며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을 인질로 잡는 데 크게 성공한 것 같다.

그러나 그 증오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어서 학교가 지옥이었던 학생도 많았을 것이다.


전교조 교사들에게 설득당한 학생들은 더욱 불행한 경우이다.

자기 사회의 체제가 비인간적인 불의의 온상이자 전복시켜야 할 체제이며

북한의 흉악한 인권유린 정권이 희망의 빛이며 충성의 대상이라고 믿게 되면

어떻게 자기 일에 한마음으로 정진하며 시민으로서 행복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을 이 광기에서 구출해야 할 학부모들도 당장 자녀들이 다칠까 봐 달래기만 한 모양이다.


이번 인헌고 학생들의 선언을 보면서 우리가 우리의 새싹들을 이념 지옥에 수십 년간 방치한 죄인임을 절감했다.

어린 학생들이 그런 공개적 선언을 하기까지 고통이 얼마나 컸겠으며 얼마나 필사적인 용기가 필요했을까?

교사가 강요하는 불의(不義) 옹호에 동참하지 않으면 공개 모욕을 주고 과제물을 이념 편향적인 글이 1400개나 들어 있는

교사의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제출해야 했다니 학생인가, 노예인가?

우리의 학교가 우리 새싹들의 창의력 대신 위장술을 배양했다니!

대한민국 고교의 평균치는 인헌고와 얼마나 다를까?


인도와 영·미의 명문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그의 생일이 인도의 '스승의 날'인

인도의 대표 지성 사르베팔리 라다크리슈난은

"진정한 스승은 우리를 독자적으로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같이 읽을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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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9.11.26 김기철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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