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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택한 '87년 헌법', 독재 못지않은 대통령制 낳았다

바람아님 2019. 11. 25. 07:48

(조선일보 2019.11.25 이한수 기자)


[강원택 교수]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출간… 대통령·선거·정당·민주화 분석
"제왕적 대통령제서 벗어나려면 내각제 더한 정치 형태가 바람직"


민주화 이후 30년도 더 지났는데 한국 정치는 왜 여전히 극한적 대립과 갈등이 계속될까.

대통령은 비판 목소리에 귀를 닫고, 여야 협치(協治)는 작동하지 않는다. 한국정당학회와 한국정치학회 회장을 지낸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민주화 이후 탄생한 현행 '1987년 헌법'은 유신 체제 이전으로의 복귀였을 뿐이다.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는 절차적 민주주의는 회복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는 더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20일 출간한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21세기북스)에서 임시정부와 정부 수립, 4·19와 5·16,

1987년 민주화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의 과정을 역사적으로 검토하면서 우리 정치가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대통령·선거·정당·민주화라는 네 열쇠어로 한국 정치를 풀이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선거는 정치 격변을 예고하는 시그널이다. 1985년 2·12선거에서 신한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떠올랐는데 이는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전조(前兆)였다"면서 "내년 4월 총선 이후 승자 독식 대통령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히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한 기자


1987년 헌법은 5·16 이후 성립한 1962년 헌법보다 더 강화된 대통령제를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1962년 헌법엔 대통령이 '국가원수'라는 규정이 없었고, 대법원장을 법관추천회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강 교수는 "1972년 유신헌법에서 국가원수 규정이 들어가고 법관추천회의는 사라지는데,

1987년 헌법은 직선제를 택하면서도 유신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이었다"고 했다.


현행 헌법 체제에서 승자 독식과 권력 집중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교수는 "해결 방안을 우리 정치가 축적해온 과거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임시정부 헌장과 당초 제헌헌법에선 권력 분산적 내각제 요소 또는 혼합형 특성이 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각제는 제2공화국 때 난맥상을 보이며 실패했던 체제 아닌가.

강 교수는 "국민 의식이 높아진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승자 독식 대통령제에서 벗어나려면 국민의 대표가 모인 의회 중심 통치 형태로 바꿔야 한다.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더라도 내각제를 더한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회의원 선거에선 비례대표를 강화하고 의원 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했다. 공천만 되면 당선되는 지역구 의원이 아니라

국민의 의사를 더 반영하는 비례대표를 늘려야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세금 축내고 특권 누리는

국회의원 늘리기에 국민이 과연 동의할까. 강 교수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이 500조원이 넘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 분야는 모두 전문성이 높은 분야인데 현재는 이를 하나의 상임위에서 처리하고 있다"면서

"의원 수를 늘려 상임위를 세분해 방만하게 사용되는 예산 1%를 찾아낸다면 그 금액이 5조원이다. 의원 수가 늘어나

발생하는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국회의원이 늘면 특권층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사라진다고 했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강 교수는 경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정당 체제를 꼽았다.

강 교수는 "기업은 혁신하지 않으면 망하지만, 현재 여야 두 정당은 지역주의 기반에서

아무리 망해도 80석 이상은 얻는다"면서 "경쟁 시스템과 대표성이 강화된 정당 정치가 작동해야만

시민들이 거리로 나가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현재 정치 상황에서 이런 대안들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강 교수는 "우리 정치를 혐오나 불신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바라볼 때 건강한 발전이 나온다"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고, 중앙정부가 분권화되고, 시민들이 책임 의식을 갖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정치 체제가 한 방에 오지는 않겠지만, 여러 영역에서 노력이 쌓일 때 패러다임의 변화가 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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