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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78] 황교안 대표의 餓死를 기다리나

바람아님 2019. 11. 26. 06:51

(조선일보 2019.11.26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김구 '백범일지'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김구 선생의 자서전 '백범일지'를 보면 선생은 한·일 합병 이듬해인 1911년 일제에 의해 경성 감옥에

갇힌다. 순사들의 모진 고문은 꿋꿋이 버텼는데 일제가 겨우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일 때는 굶주림이

너무 괴로워서 '아내가 나이 젊으니 몸을 팔아서라도 맛있는 음식을 늘 들여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도' 났다고 한다.

창자를 쥐어뜯는 배고픔의 고통을 참는 단식은 보통 사람은 엄두를 낼 수 없는 고행이다.

그래서 단식은 종종 비폭력 투쟁의 강력한 도구로 쓰였다. 고통만큼의 대가를 거둔 경우도 상당하지만 극심한

영양 결핍과 장기 손상 등으로 목숨을 잃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목숨을 잃지 않아도 여러 날 단식은 혹독한 후유증을 남긴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가 지난 수요일 지소미아 종료 반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공수처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저지를 위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범여권은 악담을 퍼부었다.

'정치 초보의 조바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명분도 당위성도 없다' '곡기를 끊지 말고 정치를 끊어라'

'생떼다' 따위 인면수심의 저주였다.

그러나 그의 단식은 국민의 염원과 결의를 강하게 집결하고 있다.

날이 거듭될수록 안타깝고 근심스러운데 더욱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찬 바람이 가혹하게 몰아치는 밤에는

비장한 심경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와 함께 그에 대한 이런저런 불만은 잊혔다.


토요일에 황 대표의 단식 현장을 찾았는데 수많은 시민이 그에게 눈빛의 격려라도 보내고 싶어서 가까이 가고

싶어 했지만 그곳 부근은 모든 통로가 차단되어 있었다. 해 질 무렵에는 광화문에서 집회를 끝낸 수만 인파가

청와대로 행진했으나 경찰에 막혀서 그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나중에 체력 저하로 차가운 땅바닥에 미동도 않고

누워 있는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었을 뿐이다. 그 모습을 보며 불길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 정권은 황 대표가 밤에 잠시 휴식도 못 하도록 밤새도록 요란하게 굴착기로 공사를 벌여 소음과 진동,

먼지로 괴롭히고, 밤에 비바람을 막아 줄 일회용 비닐 텐트도 '구조물'이라고 못 치게 했다.

24일 밤에는 경찰이 황 대표의 침낭을 탈취하려 하기까지 했다.

황 대표가 찬 바닥에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이제부터 많은 시민이 황 대표를 에워싸고 하루 2교대로 릴레이 단식을 하면 청와대 안의 농맹아인도

깨닫는 바가 있을까? 주사파가 나라를 공중 납치하지 못하도록 온 국민이 연좌해서 붙잡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