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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상 받은 美 로라디칼로…여성용 성인용품이 CES 혁신상 왜?

바람아님 2020. 2. 11. 08:06
매경이코노미 2020.02.06 10:57:39

성인용품과 CES.

얼핏 들으면 어색한 조합처럼 보인다. 그러나 섹스테크(sex tech)는 지난 1월 열린 CES 2020에서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은 분야 중 하나다. 크레이브, 데임, 로벤스, 오미보드 등 10여개 업체가 부스를 차렸고 목걸이형 바이브레이터를 비롯해 다양한 성인용품이 전시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性)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럽다고 여기는 문화로 인해 CES에서 환영받지 못하던 성인용품이 당당하게 전시장 한쪽을 차지하게 된 데에는 한 스타트업의 역할이 컸다. 로라디칼로(Lora DiCarlo)가 주인공이다.

섹스테크 기업 로라디칼로가 만든 여성 전용 상품 ‘오세’가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올해 3~4월 판매 시작 예정인 ‘바치’와 ‘온다’ 역시 기대를 모은다. 사진은 왼쪽부터 바치, 오세, 온다. <로라디칼로 제공>


▶로라디칼로 어떤 기업이길래

▷CES 혁신상 → 취소 → 번복

로라디칼로는 2017년 10월 설립됐다. 본사는 미국 오리건주 벤드(Bend)라는 도시에 자리했다. 여성 전용 섹스토이를 개발해 판매하는 업체다. 현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로라 해독 디칼로(Lora Haddock DiCarlo)가 설립했다. 미국 해군에서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한때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에 진학해 공부한 이력을 보유했다. 20대 후반에서야 제대로 된 오르가슴을 느낀 것이 창업 계기가 됐단다. 오르가슴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 성인용품을 찾아봤는데 마땅한 제품이 없었다고. 디칼로 CEO는 “의료계에 몸담으며 가장 재미있게 공부한 학문이 해부학이었다. 소비자 개인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기존 제품에 비해 훨씬 큰 쾌감을 선사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오리건주립대 로봇공학연구소 연구진과 함께 ‘오세(Osé)’라는 제품을 만들었다. 오레곤오퍼튜니티존리미티드파트너십이라는 투자회사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활용했으며 여성 수백 명으로부터 해부학 데이터를 수집하고 여성이 어떨 때 성적 쾌감을 느끼는지, 오르가슴을 경험할 때 생리학적으로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등을 연구한 결과를 반영했다. 로라디칼로가 보유한 특허 기술 9개가 적용됐다. 개인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생체 모방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입술과 혀, 손가락 움직임을 재현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손을 쓰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핸즈프리’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소비자가 감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방식을 채택했다.

로라디칼로는 지난 2019년 CES에 오세를 출품해 혁신상을 받았다. 그러나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상을 3주 만에 취소했다. “부도덕하거나 음란한, 외설적인, 불경한 혹은 CTA 이미지와 맞지 않는 제품은 상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품 전시도 허용하지 않았다.

디칼로 CEO는 공개 서한을 통해 “과거 CES에는 VR 성인영상이나 남성 소비자를 위한 섹스 로봇이 전시된 적이 있다. 오세 전시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CTA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CTA는 성차별 논란과 함께 시대에 맞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고 결국 지난해 5월 결정을 번복하며 상을 돌려줬다. 더불어 2020년 전시회에 섹스테크 기업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당시 장 포스터 CTA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 수석부사장은 혁신상을 취소한 것을 두고 “처리 과정이 미숙했다. 공개적으로 사과한다”고 전했다.

올해 열린 CES 2020에서 로라디칼로는 건강·웰니스 부문에 부스를 차려 신제품 ‘온다(Onda)’와 ‘바치(Baci)’를 공개했고 두 상품은 또다시 혁신상을 받았다.

▶‘오세’ 5시간 만에 매출 100만달러

▷후속 제품 ‘온다’ ‘바치’ 상반기 판매 시작

로라디칼로가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CES 논란’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판매에 들어간 오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다. 주문을 받기 시작한 지 5시간 만에 매출 100만달러를 기록했고 36시간이 지난 시점에는 누적 매출이 150만달러로 늘었다. CES 이후 누적 매출은 400만달러로 증가했다. 로라디칼로 측은 “품질이 뛰어나다는 점 외에도 섹스테크가 주류 문화에 편입되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표에 소비자가 공감한 덕분에 좋은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로라디칼로는 CES 이후에도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온다와 바치는 올해 3~4월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온다는 지스폿에, 바치는 음핵에 집중한다. 온다와 바치 외에도 새 제품 2가지를 더 개발 중이며 연내 시장에 내놓는 것이 목표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오프라인으로 판로를 확대하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이외 앱을 이용해 제품을 제어할 수 있도록 블루투스 기능을 넣고 전용 앱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인터뷰 | 로라 해독 디칼로 로라디칼로 창업자 겸 CEO

Z세대 등장에 性 터부시하는 문화 없어질 것

Q 여성 전용 제품만을 판매하는 이유가 있나.

A 성인용품 시장에는 남성을 위한 제품이 이미 많다. 그러나 여성을 위한 제품은 소수에 그친다. 게다가 여성 전용 상품을 남성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여성 신체구조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만들다 보니 여성에게 잘 맞거나 쾌감을 선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랫동안 혁신이 이뤄지지 않은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라디칼로의 엔지니어링 책임자와 공학디자인 책임자, 디지털 마케팅 책임자 등 주요 직책 대부분은 여성이 맡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여성용 상품만 만들겠다고 못 박은 것은 아니다. 다양한 성적 지향성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하려고 한다.

Q CTA가 상을 취소한 뒤 번복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도덕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라면 CES에 참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적 만족은 건강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2021년에도 CES에 참가할 예정이다.

Q 성인용품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이라 예상하는가.

A 밀레니얼 세대와 더불어 Z세대가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빠르게 성장할 것 같다. 두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다. 성관계나 성 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남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 같은 오픈 마인드가 다른 세대로도 퍼지면서 성생활, 성인용품 등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부끄러운 행동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시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2017년 237억달러였던 글로벌 성인용품 시장 규모가 2023년 355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도 수요가 늘겠지만 의료·상담 분야에서 성인용품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창업 이후 로라디칼로 제품을 쓰고 싶다는 의뢰를 한 의사와 성상담사가 상당수 있었다.

Q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

A 온다와 바치, 그리고 추가로 준비 중인 신제품 두 개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것 외에도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 특히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없어지는 데 기여하고 싶다.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성인용품 시장에서 여성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성적 지향성을 지닌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 등장하는 데 기여하는 것도 목표다. CES에 섹스테크 기업이 공식적으로 참가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44호 (2020.2.5~2020.2.11일자) 기사입니다]


[추가 정보-디지털 티임스(2020.01,07)]
CES 2020에서 로라 디카르노(Lora DiCarlo)라는 업체가 공개할 예정인 '오제(Ose)'라는 이름의 섹스 디바이스.
 <출처=Lora DiCarlo 홈페이지>
CES를 주관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가 공식적으로 처음 전시를 허용한 섹스 디바이스도 주목할 만한 제품 중 하나로 꼽혔다. 2017년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의 로봇공학·엔지니어링 연구소와 협력해 설립한 로라 디카르노(Lora DiCarlo)라는 업체가 만든 '오제(Ose)'라는 이름의 섹스 디바이스는 사람의 입술과 혀, 그리고 손가락의 움직임을 재현하도록 설계한 두 제품으로 CES 혁신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