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2020.03.09 논설위원)
‘민주당의 비례정당 참여 추진, 누더기 된 선거법.’ 한겨레신문 사설 제목이다.
‘여당의 비례정당 꼼수, 노 전 대통령이 보면 뭐라 하겠는가.’ 경향신문 사설 제목이다.
다른 신문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모두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코로나 방역 대책에서도, 총선 준비에서도 집권 여당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처럼 나라 전체가
‘셧다운’ 지경에 빠진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여당을 걱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 정당 참여 문제로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비례당을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 이 문제다.
어제 최고위원회를 열어 내린 결론이 전 당원 투표로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명분으로 보나, 국민 여론으로 보나 가지 말아야 할 길로 걸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야당 쪽 의석을 뺏어오기 위해서라면 명분이고 여론이고 다 팽개치고 ‘꼼수’를 부리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비례연합 정당 없이 선거를 치를 경우 민주당은 비례 의석이 6~7석, 정의당은 9석,
미래한국당은 최소 25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로 간다면 지역구 의석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관계없이 미래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것은 물론,
과반수를 확보할 수도 있다는 계산마저 나오는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절박해졌다.
왜냐하면 미래통합당은 과반 15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공수처법 폐지, 문재인 대통령 탄핵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작업은 자연스레 다음 대통령 선거로 연결되면서 ‘여당 필패(必敗)’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작년에 ‘선거법 개정’을 무리하게 강행 처리로 밀어붙였지만
결국 ‘죽 쑤어서 x 준 꼴’이 되어버린다는 내부의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명분론’과 ‘현실론’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모습도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정도(正道)가 아니기 때문이다.
‘옳은 정치’를 꼼수로 달성할 수 없다. 대의와 명분에서 밀리면 급전직하로 추락할 수 있는 게 ‘선거 공학’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낙선할 게 뻔한 데도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래서 경향신문은 "노 전 대통령이 보면 뭐라 하겠는가"라고 꾸짖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미래통합당은 이미 작년부터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여당이 만약 강행한다면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4+1 협의체’로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가장 중요한 경쟁 파트너를 완전히 배제시킨 채,
다시 말해 상대 선수를 배제한 채 게임의 규칙을 바꿔버렸고, 상대방의 경고도 무시했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미래통합당이 만들었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나서는 것은 정말 낯 뜨거운 억지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불과 얼마 전까지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에 대해 ‘의석 도둑질’이라느니 ‘가짜 정당’이라느니
온갖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으면서 자신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위성정당을 안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어진 민주당 최고지도부는 비례정당 창당 문제를 ‘전 당원 투표’로 결정짓겠다며
슬그머니 비켜가려고 하고 있다. 정말 비겁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민주당은 변명이나 합리화를 하기보다 ‘4+1 협의체’ 공조로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한 것에 대해 먼저 국민에게 사과해야할 것이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의 고민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정봉주 전 의원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주도하는
비례대표 정당 ‘열린민주당’이 어제 공식 출범했다.
손 의원이 "오늘 우리 둘은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창당)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들을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에게 빗댄 것이다.
정봉주·손혜원 두 사람이 나중에 민주당과 어떤 협상을 할지 모르지만, 그 ‘인당수 비유’대로 된다면
손혜원 의원은 민주당에게 반드시 ‘공양미 300석’ 내놓으라고 요구할 것이다.
또 김대중 대통령 때의 직능단체연합회가 있는데, 700만 회원을 가진 문상주 회장이 주축이 돼서 직능 소상공인 당을
창당했다고 박지원의원이 전했다. 또 이용사 협회 위생단체에서도 창당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이러한 그룹에게도 의석이 돌아가도록 해서 직능단체의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한다는 것이,
이것이 바로 민주당과 ‘4+1 협의체’가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이면서 내세웠던 명분이었다.
그런데 만약 민주당조차 "비례당을 만들어서 전부 거의 많은 의석을 독식해버리면 그 취지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박지원 의원은 비판했다.
민주당은 제1 야당을 향해서도 명분이 없고, 소수 직능 그룹들을 향해서도 명분이 없다.
그래서 약간 흔들리는 듯 했던 심상정 정의당조차 "졸속정치에 가담할 생각이 없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비례대표용 선거연합정당에는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물론 정의당과 민주당은 4월15일 이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선거 연대’라는 명분으로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손혜원 의원 비유처럼 심상정 정의당도 민주당에게 반드시 ‘공양미 300석’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9/20200309029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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