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의미에서 출발한 마지노선이란 말이 요즘은 경제·사회·외교·정치 등 전 분야에서 자주 등장한다. 코로나19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주요국 증시가 폭락하고, 국내 코스피지수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00선이 한때 붕괴됐다.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300원선이 위태롭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선을 위협받는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도 총선을 앞둔 정치판은 ‘과반의석’ ‘제1당’이니 하며 마지노선 사수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안보의 마지노선이라는 군 부대는 민간인에게 뻥뻥 뚫리고 있다.
당초 마지노선이라는 말은 이런 의미가 아니었다. 마지노선은 국경지역인 벨기에 아르덴 지역에서 끊겼다. 1940년 독일군은 이곳에서 탱크부대를 앞세워 울창한 숲을 밀어내고 진군했다. 2차 대전 발발 33일 만에 수도 파리를 점령했다. 독일군 기갑부대에 대비하자는 의견은 참호전에 매몰된 군 수뇌부에 의해 철저히 무시됐다. 1차 대전을 겪고도 프랑스는 구태의연한 방어 전술, 한발 늦은 작전으로 참혹한 패배를 자초했다. 어찌 보면 마지노선은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한 무능력한 요새의 대명사였다.
마지노선은 정해진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국제무역이나 외교 협상을 흔히 ‘총성 없는 전쟁터’라 부르는 건 생사가 걸린 급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얘기되는 마지노선이 프랑스 사례처럼 무용지물이 될지, 위기를 이겨낸 최후의 보루라는 명성을 지닐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한 나라의 힘은 국가적 위기 때 발휘된다. 국가전략은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관료화되고, 한발 늦은 결정으로는 어렵다. 무엇보다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국가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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