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25년 북한 연구한 스미스 소장 '북 지도자 이렇게 불안정한 적 없다'

바람아님 2014. 3. 2. 23:26
영국의 북한 연구자 헤이젤 스미스(사진)는 “25년간 북한 연구를 해오며 북한 지도자의 정치적 관리자로서의 능력이 이렇게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센트럴랭커셔대학의 한국학연구소장으로 있는 스미스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장성택 이후 남북관계 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권위주의 국가에서 강한 리더십 없이 거버넌스가 작동하기 어려운데, 북한에 그런 강한 리더십이 있다는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장성택 처형을 김정은 리더십이 약한 것의 반영으로 본 것이다.

그는 “지금 북한은 자꾸 교체되고, 단명하며, 기회주의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엘리트 분파들의 상업적 이해관계에 바탕해 통치되고 있다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에는 개인적 생존을 위해 많은 것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통치의 취약함은 그의 권위가 스스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상속받은 것이며, 엘리트들 가운데 충성스러운 지지층도 부족한 데 있는 것 같다”면서 “김정은의 좋은 정치적 관리자로서의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다. 북한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이날 세미나에서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직면한 위협으로 안보의 위기보다 아래로부터 점점 더 심화하고 있는 시장화되는 사회를 꼽았다. 그는 “점점 더 많은 북한 사람들이 시장에 따라 살고, 가격도 시장이 정한다. 지방의 법 집행 관리들이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돈을 받고) 처벌 수위를 재량으로 조절하는 법률 시스템의 시장화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년 전보다 훨씬 더 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한 중국과 경제 규모가 더 커진 한국에 둘러싸여 있고, 커져가는 자국 내 시장에 대해 국가가 대안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스미스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활동을 위해 2000년대 초 2년간 북한에서 생활했고, 이후에도 대북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북한 정부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협상하는 일 등을 했다. 연구자로서 북한 사회가 ‘법의 지배’가 없다고 해서 법률이나 사법 체계가 없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고 있고 합리성에 따라 돌아가는 사회라는 논리를 펴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김정은 통치를 지켜보며, 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 그의 생각은 좀 바뀐 듯했다. 그는 2011년에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