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위에 낡은 회중시계가 있다. 세월의 손때 묻은 시계에는 초침이 없다. 시간의 물결은 아직 찰랑거리는데 세월의 흐름을 소리 내던 시계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사진작가 구본창의 '숨'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지금은 볼품없지만 한때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었을 회중시계.하지만 시계도 세월의 물결을 버티지 못하고 숨을 멈춘다. 작가는 고장난 시계의 빛나던 시절을 안타까워하듯 물결 사진 위에 올려 놓고 프레임 속으로 불러들인다.
저 물결을 따라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옛 주인의 주머니 속에서 살아 숨쉬던 회중시계의 고동소리가 들려온다. 영원할 것 같던 초침의 행진은 그러나 한바탕 꿈처럼 지나가고 이내 소리를 멈춘다. 멈춘 시계와 시간의 물결.작가는 세상 모든 것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이렇게 그려내고 있다.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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