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제도권 공간까지 진출한 日혐한단체 재특회

바람아님 2014. 3. 21. 11:07
    도쿄 구립시설내 집회…"우리가 일본을 바꾸고 있다"

일요일인 16일 극단적인 혐한 주장을 펴고 있는 일본의 극우단체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집회가 도쿄 도시마(豊島)구의 번화가인 이케부쿠로(池袋)역 근처 도시마공회당에서 열렸다.

570여명 수용규모의 강당을 갖춘 공회당은 한국 개념으로 치면 구민회관 쯤 되는 곳이다.

↑ 日도쿄의 구립시설에 등장한 '한일단교' 구호 일요일인 16일 극단적인 혐한 주장을 펴고 있는 일본의 극우단체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집회가 도쿄 도시마(豊島)구의 번화가인 이케부쿠로(池袋)역 근처 도시마공회당에서 열렸다. 실내 행사를 마친 뒤 거리 행진에 앞서 재특회 회원들이 도시마공회당 앞에서 '한일국교를 단절하라'는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570여명 수용규모의 강당을 갖춘 도시마공회당은 한국 개념으로 치면 구민회관 쯤 되는 곳이다. 주로 인터넷 공간에서 연대해 도쿄의 한인타운 등 '거리'에서 혐한 시위를 벌여온 재특회가 제도권의 공간 안에서 당당히 허가를 얻어 집회를 연 것이다. 2014.3.16 <<국제뉴스부 기사참조>> jhcho@yna.co.kr

↑ 日혐한단체 재특회 사쿠라이 회장 일요일인 16일 극단적인 혐한 주장을 펴고 있는 일본의 극우단체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집회가 도쿄 도시마(豊島)구의 번화가인 이케부쿠로(池袋)역 근처 도시마공회당에서 열렸다. '네트우익'으로 불리는 일본의 젊은 극우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사쿠라이 마코토 재특회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2014.3.16 <<국제뉴스부 기사참조>> jhcho@yna.co.kr

↑ 혐한단체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의 시위 일요일인 16일 극단적인 혐한 주장을 펴고 있는 일본의 극우단체 '재일(在日)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의 집회가 도쿄 도시마(豊島)구의 번화가인 이케부쿠로(池袋)역 근처 도시마공회당에서 열렸다. 혐한단체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 백수십명이 행사장 주변에서 '인종주의자는 떠나라', '입다물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든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4.3.16 <<국제뉴스부 기사참조>> jhcho@yna.co.kr

 

주로 인터넷 공간에서 연대해 도쿄의 한인타운 등 거리에서 혐한 시위를 벌여온 재특회가 제도권 공간에서 당당히 허가를 얻어 집회를 연 것이다. 일반인에 개방된 행사임에도 일반시민들은 자유롭게 행사장에 드나들 수 없었다. 이날 모인 재특회 회원들과 비슷한 백수십명 규모의 '반대 단체' 회원들이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측간 충돌을 막기 위해 출동한 경찰이 행사장 주변에서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재특회는 제도권 공간에서,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그들만의 회합'을 한 셈이었다.


기자 역시 공회당 앞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았지만 사전에 재특회 측에 취재신청을 했다고 밝히자 경찰은 주최측에 연락해 확인을 거친 뒤 공회당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기자가 '왜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허용하지 않느냐'고 묻자 경찰관은 "여러가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천엔(2만1천원)의 참가비를 낸 뒤 취재 비표를 받고 들어간 행사장 전면 중앙에는 일장기와 욱일기가 걸려 있었고, 백수십명의 청중 중에는 중년 이상으로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행사의 공식 명칭은 '특정비밀보호법의 활용과 발전을 목표로 하는 국민집회'였다. 연사들은 아베 정권이 작년말 알권리 침해 논란 속에 '수'를 앞세워 강행처리한 '특정비밀보호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에 반대한 아사히, 마이니치신문 등 진보 성향 매체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행사를 관통하는 주된 메시지는 역시 '혐한'이었다.

첫 번째 연사로 등장한 형사 출신 '방범강사' 반도 다다노부씨는 일본내 외국인 범죄자 중 범죄율이 특히 높은 국가의 국민에 대해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걸고 넘어졌다. 일본내 한국인 범죄율이 일본인보다 현격히 높은 것은 물론 한국 출신 범죄자 중 일시 체류자보다 장기 체류자의 비율이 높다며 한인은 일본에 오래 살수록 문제라는 주장을 폈다.

그가 재특회원들을 향해 "우리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정 중앙이다", "우리의 기준은 천황폐하다"라고 외치자 조용하던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어 3명의 연사가 발언한 뒤 마지막 순서로 사쿠라이 마코토 재특회 회장이 등장하자 행사장 내부는 후끈 달아올랐다.

그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한다고 해서 '네트우익'으로 불리는 일본의 젊은 극우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열정적인 입시학원 강사처럼 단상 앞으로 나와서 선동적인 반한 메시지를 설파하자 청중들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로 응답했다.

사쿠라이 회장은 "아사히 신문 이외의 다른 매체 여론조사에서 모두 (절반 이상이) 한국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여러분들의 덕분이다. 여러분들은 일본 사회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13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일본 극우단체의 혐한활동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사실을 거론하며 "미국조차 여러분들을 무서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 전만해도 우리가 소수였지만 지금은 우리를 비판하는 세력이 소수파가 됐다"고 주장한 뒤 "가장 필요한 것은 여러분 한명 한명이 가족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라며 혐한 정서의 확산을 촉구했다. 그는 왜 한국을 미워해야 하는지에 관해 논리적인 설명없이 단순하고 선동적인 언사로 회원들을 열광시켰다.

오후 4시께, 재특회 회원들은 3시간여 진행된 실내 집회를 마무리하고 '한일단교' 등 현수막을 내건채 거리 행진을 했다.

실내행사때만 해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일본인과 별 차이가 없어보였던 재특회 회원들은 자신들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 백수십여명이 기다리는 거리로 나서자 '반한 투사'로 돌변했다. 이들은 '헤이트스피치(증오발언) 중단하라', '인종주의자는 나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는 반(反) 혐한단체 회원들에게 거친 야유를 퍼부으며 거리로 나섰다.

일본에서는 지난 8일 한국계 선수가 소속된 팀(우라와 레즈)이 출전한 프로축구 경기장 출입구에 'JAPANESE onLY'(일본인만 들어오라)라는 인종차별적 현수막이 걸린 일 때문에 우라와 구단이 한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르는 중징계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극단적인 혐한 구호를 외치는 재특회가 수도 도쿄의 번화가에 위치한 대규모 공공시설을 합법적으로 임대해 사용하고, 주말 시내 번화가를 경찰의 '보호' 속에 행진할 수 있는 것은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 일본의 또 다른 단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