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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46] 스마트(smart)

바람아님 2014. 4. 10. 15:12

(출처-조선일보 2012.01.30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나는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가장 자주 사용할 단어 중의 하나가 '스마트'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이미 2000만명을 넘어섰고 이른바 '스마트시장'의 규모도 연간 50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조만간 우리는 스마트홈에서 스마트TV를 보며, 스마트카를 타고 스마트시티를 누빌 것이란다. 기존의 전력공급 시스템에 IT를 접목하여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스마트그리드(smart grid)가 구축되고 있다. 바야흐로 '스마트시대'이다.

이처럼 스마트라는 말은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는데, 정작 그 뜻이 무어냐고 물으면 명확하게 답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스마트(smart)'라는 단어는 원래 '똑똑하다(intelligent)' '맵시 있다(dandy)' '깔끔하다(neat)' '고급스럽다(fashionable)' '민첩하다(quick)' 등의 뜻풀이를 가진 말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컴퓨터로 조절되는(computer-controlled)'이라는 뜻을 얻으면서 기존의 다른 좋은 의미 모두를 아우르는 대단히 포괄적인 단어로 거듭났다. 꼭 새로운 일이 아니더라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그래서 더 가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태가 스마트가 추구하는 이상향이다.

2001년부터 유엔(UN)이 추진하고 있는 새천년생태계평가(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 프로젝트의 2005년 보고서는 웰빙(well-being)과 일빙(ill-being)의 차이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추진할 수 있는 상태와 그러지 못해 무기력함을 느끼는 상태로 구분한다. 그렇다면 스마트는 이제 '현명하다(wise)' 또는 '행복하다(happy)'라는 뜻도 품어야 한다. 우리의 삶이 그저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는 방식에서 효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방식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기술들을 통제 가능하도록 서로 융합하고 단순화하여 노자가 말한 무위이화(無爲而化)의 상태에 이르는 것이 바로 스마트가 꿈꾸는 세상이다.그런데 이처럼 모든 게 하루가 다르게 스마트해지는데 도대체 정치는 언제나 스마트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