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氣칼럼니스트/선우정 칼럼

[선우정 칼럼] 명동, 한국의 쓸쓸한 자화상

바람아님 2024. 3. 4. 04:18

조선일보 2017. 3. 22. 03:13  수정 2017. 3. 22. 07:47

다큐멘타리 영화 "건국전쟁"이 개봉 27일만에 100만 관중을 넘어 섰다. 외눈박이로 역사를 왜곡한 백년전쟁을 조목조목 역사적 진실로 반박해 국민적 감동을 불러온 것이다. 이에 '[선우정 칼럼] 명동, 한국의 쓸쓸한 자화상(2017. 3. 22)'에서 언급한 "한·미 동맹은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마구 다룬다. 미국이 이런 한국을 변함없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다수는 그런 세력을 응원하고 있다. 세상은 동쪽으로 달리는데 한국만 서쪽으로 달린다. "라는 구절이 떠올라 그 칼럼을 재 소환했다.       -블로그 운영자


중국을 잡으려다 정체성을 잃었다
중국이 빠져나간 뒤 중국말 呼客 소리만 처량하게 들린다
지금 한국이 이렇다

그제 오후 서울 명동을 몇 시간 돌아다녔다. 중국인 관광객이 끊겨 어떤지 궁금했다. 생각보다 거리는 북적였지만 가게는 한산했다. 거리를 걸으며 명동의 변질(變質)을 다시 느꼈다. 전통 맛집의 달달해진 찌개 맛을 보면서 내가 알던 명동이 사라졌다고 느낀 게 몇 년 전이다. 그땐 일본인을, 그 후엔 중국인을 잡으려다 정체성을 잃었다. 호객(呼客)하는 화장품 가게 점원의 중국말이 처량하게 들렸다.

상인만 탓할 일이 아니다. 강남에 밀려 쓸쓸하던 명동 거리에 한류 붐을 타고 일본인이 밀려들자 건물주가 임대료부터 올렸다고 한다. 중국인이 몰려들자 또 올렸다. 살아남으려면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의 기호에 맞춰 매출을 올려야 한다. 못 맞추고 못 벌면 퇴출이다.줄 서서 기다리던 저가 화장품 업체와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당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 경박한 경제 논리가 10년 넘게 작동했다. 그 결과가 멋과 전통이 사라진 지금의 명동이다. 세계 어떤 중심 상권에서도 볼 수 없는 퇴행적 변화라고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일본은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줄기차게 제기했다. 한국의 무게중심이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재작년 중국 천안문에 올라갔을 때가 절정이었다. 일본은 동맹의 원칙론을 주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한·미 관계를 이간질한다고 봤다....재작년 우리가 "통일을 위해 대통령이 천안문에 올라간다"고 했을 때 중국이 뒤에서 얼마나 웃었을까 생각하면 얼굴이 뜨겁다. 겉으론 간도 빼줄 듯했던 중국이다.

얼마 전 미 국무장관이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다. 말로 차등을 둘 필요는 없었다. 외교적 실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미국에 한·일의 가치는 원래 그랬기 때문이다. 미국이 태평양 국가와 맺은 군사동맹 중 미국이 원치 않았던 유일한 동맹이 한·미 동맹이다.이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 

우리의 앞선 세대가 다투고 매달려 얻어낸 동맹이란 것도, 동맹이 없었다면 중동과 같은 만성적 분쟁 지역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이 동맹은 한국이 나서서 감싸고 강화해야 유지될 수 있다는 것도 모른다. 알아도 모르는 척한다.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한국의 가치를 홀로 과대평가한다. 그러다 미국이 일본과 차별하면 흥분하고 분노한다. 이게 동맹을 대하는 그동안 한국의 패턴이다.

지금 명동은 한국의 자화상이다. 중국을 잡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춰 하나 둘 변해가다가 거리의 정체성을 잃었다. 중국이 떠난 뒤 돌아보니 좌표까지 잃은 거리가 됐다....이렇게 당하면서 중국이 합리적 상대라고 믿는다. 균형자 꿈에서 깨지 않는다. 한·미 동맹은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마구 다룬다. 미국이 이런 한국을 변함없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다수는 그런 세력을 응원하고 있다. 세상은 동쪽으로 달리는데 한국만 서쪽으로 달린다. 대선이 끝난 뒤 그 역풍(逆風)을 국민 모두가 실감할지 모른다.


https://v.daum.net/v/20170322031319923
[선우정 칼럼] 명동, 한국의 쓸쓸한 자화상

 

[선우정 칼럼] 명동, 한국의 쓸쓸한 자화상

그제 오후 서울 명동을 몇 시간 돌아다녔다. 중국인 관광객이 끊겨 어떤지 궁금했다. 생각보다 거리는 북적였지만 가게는 한산했다. 거리를 걸으며 명동의 변질(變質)을 다시 느꼈다. 전통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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