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백영옥의 말과 글] [352] 듣기, 읽기, 쓰기

바람아님 2024. 5. 4. 01:33

조선일보  2024. 5. 4. 00:31

글쓰기 전반을 책으로 쓰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을 때가 있다. 거절의 이유는 방법론을 얘기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그냥’ 쓰기 때문이다. 정해진 트랙을 도는 마라토너처럼 아침이면 의자에 앉아 그냥 쓴다. 지금도 그냥 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까지가 프로의 관건이라 믿는다. 쓰면서 스스로에게 종종 되묻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쓰고 싶은지 ‘남이 듣고 싶은 얘기’를 쓰고 싶은지에 대한 구분이다. 이 차이 역시 중요한데 그 사이 어딘가에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쓰기에 대한 다른 시각을 더 얘기하자면, 글을 잘 쓰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쓰기가 아닌 ‘듣기와 읽기’에 있다. 내가 쓴 대부분의 글은 내가 귀 기울여 듣거나 읽은 것이다. 물론 읽고 들은 것을 나만의 것으로 소화해 발효시키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책 한 권을 읽고 세상을 다 아는 용감한 바보가 된다.

‘실제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듯, 학습할 때 내가 무엇을 모르고 틀리는지 아는 메타 인지가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이것은 퇴고 과정과 흡사하다.....글쓰기에서 기억해야 할 건 나를 포함해 자기가 쓴 글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꾸 더 좋은 글을 쓰려 노력한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삶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오늘도 쓴다.


https://v.daum.net/v/20240504003158999
[백영옥의 말과 글] [352] 듣기, 읽기, 쓰기

 

[백영옥의 말과 글] [352] 듣기, 읽기, 쓰기

글쓰기 전반을 책으로 쓰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을 때가 있다. 거절의 이유는 방법론을 얘기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그냥’ 쓰기 때문이다. 정해진 트랙을 도는 마라토너처럼 아침이면 의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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