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24. 7. 23. 00:52
이제 개헌할 때 됐다고 하나 개헌하면 정말 정치 좋아질까
제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와 성정
거시적 사회구조 이어 미시적 심리구조도 민주화돼야 한다
내기 골프에 ‘조폭’이란 것이 있다. 동반자들끼리 골고루 돈을 나눠 갖는 ‘뽑기’나 ‘스킨스’와 달리 조폭 게임은 버디를 하면 다른 사람 돈을 모두 뺏어오는 방식이다. 실수라도 해서 더블이나 트리플을 범하면 딴 돈의 절반이나 전부를 내놓게 한 뒤 1등이 다 갖는다. 일종의 승자독식 제도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관계가 목적이라면 조폭 게임은 하지 않는 게 좋다....혹시 승자독식의 이 내기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성격을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 중에도 조폭 게임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이가 있는데, 정치권 내에서나 유권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별로다.
대통령제는 승자독식 제도다. 대선 승리를 위해 사생결단의 극한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다. 대화와 타협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1987년 개헌 이후 37년 묵은 헌법을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정치 양극화가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지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겠다. 예를 하나 들면,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정부 요직 인사권만 70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개헌 논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 어떤 것이든 권력 구조만 바꾼다고 우리 정치가 근본적으로 달라질까....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중요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적이고 점진적인 개선 논의와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도만 바꾼다고 정치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마음가짐, 성정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거시적인 사회구조는 민주화됐지만 미시적인 심리구조는 아직 민주화가 되지 않았다. 거시적인 사회구조와 함께 미시적인 심리구조도 민주화될 때 우리 민주주의는 완성될 것이다.
https://v.daum.net/v/20240723005213136
[신종수 칼럼] 개헌론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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