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8. 31. 13:17
■ ‘박근혜 회고록’ 다시보기
헌정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탄핵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기약 없는 파국의 길을 걸었습니다. 4년 9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2021년 12월 31일 사면된 박 전 대통령은 국내 언론 최초로 더중앙플러스 '박근혜 회고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87)'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중앙일보 독자 여러분을 위해 재임 기간 동안의 국정 비화와 최순실 게이트 등 박 전 대통령의 솔직한 심경이 담긴 회고록을 각 파트별로 엄선하여 1화를 전문 무료로 공개합니다. |
「 〈제6부〉나의 구치소 이야기 」
처음 서울구치소에 들어갔을 때는 구치소 담당 여성 계장이 쓰던 사무실을 비우고 그곳에 병원 간이침대를 놓고 이틀간 있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안 될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렇다고 나를 일반 수감자들과 함께 둘 수 없으니 구치소 측에서 임시로 마련한 장소였다. 그 방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고, 며칠 후 옮긴 독방에도 CCTV가 있었다. 나로서는 식사부터 수면까지 24시간 내내 감시받는다는 것이 너무나 정신적으로 힘들어 이것을 치워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 음식을 싱겁게 먹었다. 그런 내게 구치소 음식은 상당히 자극적이었으며 짜다고 느껴졌다....구치소에서 가끔 수감자들에게 음식에 대한 불편 사항을 묻는 설문지를 돌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음식을 좀 짜지 않게 해달라고 적어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결국 끼니 때마다 나오는 식사를 다 먹지도 못하고 3분의 1 정도만 먹고 잔반 통에 버리는 것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입맛을 잃었고 소화 기능도 저하됐다.....밥 대신 미숫가루를 타 먹거나, 컵라면을 구매해 물을 많이 부어 최대한 싱겁게 먹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구치소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역시 건강 문제였다....몸이 너무 안 좋으니까 누군가 와서 “같이 가자”며 내 몸을 잡아당기면 몸이 다 부스러질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살면서 그런 약한 생각이 들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60세 넘은 내가 아무 탈이 없을 수는 없었다.
해가 바뀌어 2019년이 되자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다시 외부 진료를 나가 통증 부위에 대한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어깨뿐만 아니라 고관절·무릎·발목 등 여러 부위에 병변이 발견됐고, 그 부위에 다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수술 날짜는 잡혔는데 집행정지가 불허되자 구치소 측도 무척이나 당황하는 것 같았다.
허리도 옥중에서 많이 나빠졌다. 처음 구치소에 들어갔을 때 의자를 주지 않아 맨바닥에 앉았더니 점점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입감 초부터 구치소 측에 의자를 요청했는데 구치소에서는 상부에 의자 반입에 대해 보고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미안해했다.
내가 계속해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의자에 관해 이야기하자 하루는 유 변호사가 헌책방에서 커다란 국어대사전 3개를 구해 넣어주었다. 그 위에 담요를 깔고 의자 대용으로 사용했다....문재인 정부에서는 의자 반입을 허락했는데,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으로 있던 정부에서는 구치소 측에서 의자 반입을 하게 해달라고 수회에 걸쳐 보고했음에도 끝내 이를 외면하고 허락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일일이 답장을 하고 싶었지만 8만 통이나 되는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보낸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이 중 몇 통을 추려 답장을 쓰고 이를 책(『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으로 낸 것이다. 일일이 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모두 감사할 따름이다.
https://v.daum.net/v/20240831131706592
컵라면 물 가득 부어 끼니 때워…박근혜 어깨 본 의사는 "참혹"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저자 박근혜
출판 가로세로연구소 | 2021.12.30.
페이지수 300 | 사이즈 153*225mm
판매가 서적 13,500원 e북 10,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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