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0. 4. 23:56
한동훈·이원석 이탈, 이준석 적대
‘보스 의식·金 여사 노터치’서 비롯
“배신 심판” 박근혜 데자뷔 피하고
2·3·4인자 끌어안아 경쟁시켜야
윤석열 대통령은 ‘보스 검사’였다. 따르는 특수통 후배 검사들이 넘쳤다. 검찰총장 시절 정권의 탄압을 받을 때 이들이 똘똘 뭉쳐 보위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하자 이들을 대통령실과 검찰, 정부 요직에 중용했다. 야당은 ‘검사 정권’이라고 했다.
2년이 지나면서 윤 사단은 금이 갔다. ‘윤의 분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가장 먼저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문제로 “국민 눈높이”를 거론하고, 김 여사 문자 메시지를 수차례 ‘읽씹’ 했다. 대통령의 격노를 불렀다. 비대위원장에서 쫓겨날 뻔했고 당대표 선거에서도 비토를 받았다. 다음은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었다. 한 대표 못지않은 ‘윤 핵심’이었지만 김 여사 수사에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사건을 종결시키지 않고 김 여사 소환 조사를 주장했다. 수사심의위에도 회부했다. “여론 눈치 보며 자기 정치 한다”는 말이 나왔다.
사법시험 9수 만에 늦깎이 검사가 된 윤 대통령은 고시생 때부터 후배들을 몰고 다녔다. 검찰에선 부하 검사들과 술자리를 즐겼다. 상명하복의 ‘검사 동일체’는 그의 말을 듣고 따랐다.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이른바 ‘왕초와 똘마니’ 같은 ‘보스 문화’가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일방적으로 지시한다고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
대통령 주변 배신자 상당수는 김 여사 문제에서 비롯됐다. 한 대표, 이 전 총장이 그 길을 갔다. 김성한 전 실장 낙마도 순방 과정에서 김 여사 일 처리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성격이 급해도 사리에 닿으면 귀를 연다. 하지만 김 여사 문제는 예외였다. 이른바 ‘노터치’다. 김 여사 얘기를 잘못 꺼냈다가 ‘대통령의 격노’를 경험한 인사들이 적잖다. 여론이 나빠지고 주변 우려가 깊어져도 대통령은 바뀌지 않는다.
집안싸움 하고 잘된 정권은 없다. 대통령과 측근·후계자가 갈등을 빚으면 다음 선거는 보나 마나다. 대통령은 내 생각보다 주변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하는 자리다.
https://v.daum.net/v/20241004235614497
[태평로] 대통령 주변에 왜 배신자와 적이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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