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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고의 백합소

바람아님 2013. 1. 28. 16:24

       

      홍상고의백합소(紅裳袴衣白蛤笑)

       

      예전에 어느 양반집 대감이 직접 돌아다니며

      며느리감을 구하러 다니던 중

      한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치다 보니

      한 처녀가 물을 긷고 있었다.

       

      차림새는 비록 남루 하지만 용모가 뛰어 나고

      관상이 복스럽게 생긴 훌륭한 규수였다.

      뒤를 따라가 보니 상민의 집 딸이 었으나

      신분과 관계 없이 자청해 며느리로 삼기로했다.

      그러나 아들은상민의 딸을 신부감으로

      맞아들이는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리하여 첫날밤에 소박을 놓아 쫓아 낼 작정으로

      신부에게 詩 한 수를 읊으며

      적절한 댓구로 화답하지 못하면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랑 왈

      "청포대하자신노(靑袍袋下紫腎怒)"

      (푸른 도포 주머니밑에 붉은 거시기가 성을 내니...)하니

       

      그러자 신부가 다소곳이 얼굴에 홍조를 띠며

      "홍상고의백합소(紅裳袴衣白蛤笑)"

      (붉은 치마 고쟁이 속에 흰 조개가 웃는구나)

      하고 화답하니

       

      신랑은 신부의 학문에 놀라 소박은 커녕

      신부를 덥석 끌어안고 희희낙락 운정(雲情)을 나누며

      첫날밤을 비몽사몽 즐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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