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의 미녀 도시는 어딜까요?

    4대 요리, 5대 명산, 10대 명주 등등 중국처럼 순위 매기기 좋아하는 나라도 드물 겁니다. 한반도의 45배가 넘는 큰 땅 덩어리에 14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다 보니 그 수많은 절경, 진미, 보물들의 순위를 매겨 교통 정리할 필요성 때문에 자연스레 빚어진 현상이기도 하겠지만 유구한 역사를 살아오면서 습득한 중국인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도 한 몫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몇 대 명소, 몇 대 진미, 이렇게 타이틀을 붙여 똑 같은 상품, 똑 같은 서비스도 더 비싸게 팔려는 중국인들의 기발한 상혼도 기저에 숨어 있을 겁니다.

각설하고, 순위 매기기 좋아하는 중국에서 얼마 전 재미있는 순위가 하나 발표됐습니다. 이름하여 미녀 도시 순위!!!(귀가 솔깃해 질 남성분들 적지 않으시리라 짐작됩니다.) 수많은 도시를 지닌 중국에서는 1,2,3선 도시를 그 이하 급 소도시들과 구분해 흔히 대도시라고 부릅니다. 베이징, 상하이, 톈진, 충칭 등 4개 직할시가 1선 도시, 각 성의 소재지들을 2선 도시, 지급(地級) 이상 도시들을 3선 도시로 칭하는데 1,2,3선 도시를 합한 숫자만 3백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중국 언론들이 이 3백 개 대도시들 가운데 최고의 10대 미녀 도시를 뽑았습니다. 중국 여행이나 출장 한 두 번 안 가 본 사람이 드문 요즘이니 만큼 독자 여러분도 한 번 맞춰 보시렵니까?

긴장감을 높일 겸 10위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발표하겠습니다. 10위는 개혁 개방 1번지로 불리는 남방 광둥성의 성도 광저우(廣州)시! 9위는 영원한 동양의 진주 홍콩(香港) 행정자치구, 8위는 천년 고도인 베이징(北京)직할시! 7위는 중국 경제의 심장인 상하이(上海)직할시! 6위는 근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장쑤성의 성도 난징(南京)시!

자 여기서 숨 한 번 들이키고 다시 순위 발표를 이어가겠습니다.

5위는 중국 공산 혁명의 성지로 불리는 후난성 성도 창사(長沙)시! 4위는 하늘 아래 천당으로 불리는 장쑤성 쑤저우와 저장성 항저우를 합친 쑤항(蘇杭)!

자 이제 남은 건 1,2,3위 세 도시뿐이니 미스코리아 진행방식을 차용해 진, 선, 미 칭호를 부여해 보겠습니다. 3위인 미(美)는 맵고 칼칼한 음식만큼이나 톡톡 튀는 매력을 뽐내는 쓰촨성의 성도 청두(成都)시! 2위인 선(善)은 중국 내륙의 중심이자 최대의 인구를 자랑하는 충칭(重慶) 직할시! 마지막 영예의 1위 진(眞)은 다름 아닌 랴오닝 성의 미항 다롄(大連)이 차지했습니다.

다롄시는 랴오둥 반도 남단에 위치한 작은 어촌 마을이었는데 20세기를 전후한 청 말기 청일전쟁과 러일 전쟁을 거치면서 일본과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로 부각되면서 갑작스럽게 발전한 항구도시로 아쉽게도 중국인들 스스로 '병자'로 칭했던 가장 수치스러운 시기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미녀 도시로 등극한 다롄의 여성들에 대해 잠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롄의 미녀들은 우선 항구 도시 사람답게 성격이 아주 시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외모를 보자면 다른 동북 지역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다롄 미녀들은 피부가 유난히 희고 키가 크며 몸매가 빼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다롄 미녀들의 이 런 장점들은 이 지역에서 많이 나는 사과와 풍부한 해산물 덕분이라는 분석들이 많습니다. 사과를 먹어 아름답고 고운 피부를 지니게 됐고 해산물을 즐겨 날씬한 몸매를 지니게 됐다는 겁니다. 아쉽게도 아직 다롄을 가보지 못한 터라 제 입장에서는 사과와 해산물의 효능엔 수긍이 갈지언정 그 인과 관계를 감히 검증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덤으로 2위 도시인 충칭과 3위 도시인 청두 미녀들에 대해서도 몇 자 적을까 합니다. 충칭 미녀들은 성격적이 흔히 쾌활하다 못해 불같은 열정을 지녔다는 평을 받는다고 합니다. 특히나 충칭이 산의 도시로 유명한 만큼 도시 곳곳에 산길이 많아 충칭의 여성들은 일상에서 오르막길을 자주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훌륭한 각선미를 갖추게 된다고 합니다. 또, 충칭 여성들은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눈과 하얀 이를 갖고 태어난다고들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청두의 미녀는 유난히 맑은 눈동자가 특징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암고양이에 자주 비유되곤 합니다.

아마 중국 4대 미녀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왕소군, 서시, 초선, 양귀비를 4대 미녀라고들 합니다. 왕소군(王昭君)은 한나라 황제의 버림을 받고 흉노족을 달래기 위해 강제로 시집간 비운의 후궁입니다. 서시(西施)는 춘추전국시대의 미녀로 오나라에게 망한 월왕 구천의 충신 범려가 서시를 호색가인 오왕 부차에게 바쳐 결국 오나라를 멸망의 길로 가도록 했다는 고사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초선(貂蟬)은 동탁과 여포 사이를 갈라놓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입니다. 당나라의 양귀비(楊貴妃)는 현종의 총애를 받았지만 당의 국력을 쇄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안록산의 난 때 비참하게 숨을 거두게 되는 비운의 주인공입니다. 이 4대 미녀 가운데 누구는 가공의 인물이며, 또 누구는 그 당시 기준에서도 결코 미인 축에 끼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게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인류사를 관통하는 가장 매력적인 코드인 만큼 4대 미녀와 관련된 수많은 고사와 야사들이 이리저리 창작되고 각색되어 지금껏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중국인들의 인구에 자주 회자되는 4대 미녀에 비길 바는 아니겠지만 이번 10대 미녀 도시 선정도 한동안 중국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 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