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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사육장'에 '입시병기'..대륙의 살벌한 입시 풍경

바람아님 2014. 6. 16. 11:00
우리나라 수능은 대략 5개월쯤 남았죠. 중국은 이번 주 가오카오(高考), 중국판 수능 열풍에 휩싸여있습니다. 중국 언론 매체들은 너도나도 가오카오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냅니다. 중국 전역에 가오카오 응시자들에게 자유(加油)를 외치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가오카오 고사장 주변에서는 하루 종일 학부모들이 지켜 서서 각자의 방법으로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난징시의 한 고사장 앞에서 응시생 학부모들이 집단 패싸움(?)을 벌였습니다. 고사장이 마련된 학교 앞으로 오토바이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길을 폐쇄했다가 주변 상인들과 시비가 붙은 것입니다. 경찰까지 출동해 가까스로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좀 심했다는 것이 중국 언론들의 대체적 반응입니다. 하지만 자녀의 인생이 걸린 시험이니만큼 신경이 극도로 곤두설 수밖에 없다며 이해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우리도 만만찮은 수능 열병을 겪습니다만, 중국은 어떨까요? 일단 시험 자체만을 비교하면 가오카오가 수능보다 한결 힘겹습니다. 우리네 수능은 하루에 결판이 나는 반면 가오카오는 대략 사흘이 걸립니다. 아울러 중국 가오카오는 주관식 시험 비중이 매우 높아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백지를 내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험을 보기 위해 들이는 수고에서 가오카오는 수능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수능은 비교적 집에서 가까이 마련된 고사장에서 치릅니다. 반면 가오카오 응시생들은 자신의 호적이 있는 지방으로 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호적이 서북쪽 간쑤에 있지만 농민공인 아버지를 따라 동남쪽의 샤먼에서 공부하면서 생활하던 학생은 가오카오를 보기 위해 간쑤까지 대륙을 가로질러 갑니다. 이 때문에 매년 가오카오가 있는 시기에는 학교 주변 숙박시설이 동이 납니다. 응시생과 따라온 가족들이 모두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떨까요? 수많은 상황과 경우가 있을 테니 단순 비교하기 불가능하겠죠. 다만 최근 중국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소개한 '입시 명문고'의 교육 과정을 보면 가오카오 수험생들의 생활을 미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 언론은 '입시 명문고'를 '가오카오뉴샤오(高考牛校)'라고 부릅니다. 중국인들도 이런 명칭의 정확한 연원을 모르는 눈치입니다. 다만 젓소 사육장처럼 학생들을 하루 종일 가둬놓고 지식을 주입하기 때문에 나온 이름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따라서 굳이 번역하자면 '입시 사육장'쯤 되겠습니다.

중국의 대표적 '가오카오뉴샤오'는 안후이의 마오탄창 중가오(中高, 우리의 고등학교로 이후 줄여서 中으로 표시), 허베이의 헝쉐이中, 후베이의 황강 中입니다. 이들 학교는 마치 철저한 공정 아래 컨베이어벨트에서 표준품을 찍어내듯이 학생들을 '입시 병기'로 훈련시킵니다. 이들 학교에 대한 중국 언론의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돌아가는 팽이가 비틀거리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태엽을 팽팽하게 감아놓는 교육을 한다'고 평가합니다. 중국 언론들은 이런 교육 방식을 '격정 교육'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격정 교육'의 하루 일과는 대략 이렇습니다. 우선 등교는 새벽 5시입니다. 우리의 0교시가 아침 7시 반쯤 시작되니까 마이너스 2교시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바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운동장에 흩어져서 뭔가를 중얼중얼 암송합니다. "지금은 입시에 미치는 것이 부모님에게 하는 효도의 핵심이다" 내지는 "힘들거나 지치지 않으면 고3의 맛을 모르는 것이다. 목숨 걸고 공부하지 않으면 고3은 헛수고 하는 것이다" 등등의 내용입니다. 좋게 말해 마인드 컨트롤이고, 까놓고 말하면 자기 세뇌를 하는 것입니다.

이후 하루 16시간씩 수업을 듣습니다. 점심 겸 낮잠 시간인 1시간만 빼면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강의를 듣고 책과 씨름합니다. 밤 10시에 하교한다고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숙제를 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고 밤을 꼬박 새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지각이나 조퇴는 애초에 이 학교 사전에 없습니다. 휴대전화는 물론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벌점을 받습니다. 벌점이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바로 퇴학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수업시간을 이용해 이들 학교는 2학년까지 고교 교육 과정을 모두 마칩니다. 나머지 1년은 어마어마한 양의 문제풀이를 반복합니다. 지금까지 가오카오에 나왔던 모든 기출문제는 물론 1인당 수백 권의 참고서를 공부합니다.

이런 무지막지한 '격정 교육'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허베이 헝쉐이中의 경우 14년 연속 허베이성 가오카오 수석을 배출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해 허베이에서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진학한 학생의 80%가 이 학교 출신입니다. 고득점이라 할 수 있는 가오카오 성적 600점 이상자의 5분의 1을 이 학교에서 배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국 거의 모든 학교에서 앞다퉈 '격정 교육'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올 들어서만 3백 개 넘는 학교 기관과 교육 단체에서 온 4천6백여 명이 헝쉐이中의 교육 방식을 참관하고 비결을 전수 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격정 교육'을 실시한다고 내건 학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대학 입시 풍경이 참 살벌합니다. 치열한 경쟁은 더 독하고, 비인간적이고, 필사적인 입시 방법을 창조해내는 듯합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입시 제도가 우리 학생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우리나 중국보다 훨씬 인간적인 대입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들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것일까요?

이런 고민들을 하다 보니 중국의 입시제도가 우리나라보다 우월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나마 중국은 입시를 공교육에서 책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교육이 교육의 헤게모니를 쥐고 흔들며 막대한 사회적 자원을 쓰게 만들고, 그로 인해 교육의 기회 균등과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우리 입시 제도보다는 더 바람직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