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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 인문학이 바로 서야 대학이 산다

바람아님 2014. 6. 30. 09:05

(출처-조선일보 2014.06.30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

사회는 文史哲 열풍 일고 있지만 대학은 인문학 전공자들 취업난
열정적 학생은 매진하게 해주되 그렇지 않으면 직업 교육 강화를
공학·경영학도도 인문학 배우고 경쟁력 갖춘 인재 배출해야 생존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요즘 인문학 열풍이 한창이다. 
인문학은 국어사전에 '언어·문학·역사·철학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되어 있고, 
그래서 '문사철(文史哲)'통칭되기도 한다. 
최근 경영학 계열이나 공학 계열에서도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인격적 소양과 올바른 성품 
등을 더 가르쳐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인문학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국경이 사라지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바뀌면서 무한 경쟁 시대가 됐다. 
대학에서도 4년간 4000만원이나 되는 학비를 내고 공부해서 졸업장 한 장 달랑 들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통을 겪는 젊은이들, 이른바 대졸 청년 실업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대학도 경쟁력 있는 인재를 사회로 얼마나 내보내는지가 대학의 생존과 무관하지 않게 되었다.

2013년 교육개발원 발표에 의하면 전국 대졸자 평균 취업률이 56%이고, 공학 계열이 67%인 데 비해 인문 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은 48%에 머물고 있어 취업을 못한 52%는 수십 통의 이력서를 들고 동분서주해야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6월에 발표된 주요 대기업의 2014년도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 결과인데 삼성 계열사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을
80~90% 뽑았고, LG도 80%를 넘어섰다고 하니 인문 계열 졸업생들이 갈수록 힘들어지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의 
공장에서도 우수한 공학도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데, 막상 그 많은 인문학 관련 졸업자들은 갈 곳이 없는 불일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71%라고 하니 열명 중 일곱명은 대학에 진학한다. 
안타깝게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학과나 학문 선택 기준은 원하는 학문, 원하는 학과 못지않게 '일단 진학하고 보자'는 
선택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히 진학만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경쟁이 심한 경영·경제 계열이나 공학 계열보다는 언어·문학이나 인문학 쪽을 선택한다. 
공과대학의 국제 경쟁이나 외부 평가가 없던 시절에 대학에서는 큰 비용을 안 들이고 학과를 유지할 수 있었으니 자연히 
인문학 관련 학과를 우선적으로 개설한 것이 불일치의 또 다른 원인이 된 것이다.

모 대학의 2014년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인문학 신입생 가운데 전과(轉科)를 원하는 학생이 52%로 절반을 넘고, 복수 전공 
희망자는 80%에 육박한다고 한다. 같은 대학의 경영학 계열과 공학 계열 신입생의 전과 희망률 19%, 23%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수치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사회와 대학이 심각한 부조화 속에 놓여 있다.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고등 인력 구조의
불균형, 인문학을 살리는 진정한 방안, 이 모두를 아우르는 대비책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당장 수많은 인문학 관련 학과와 입학생을 없애고 이를 모두 이공계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대안으로 '공학이 만들고, 경영학이 팔고, 인문학이 비판한다'는 세 단계 구조를 줄여서 공학도나 경영학도에게도 복수 
전공의 문을 넓혀 인문학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반면 인문학에 열정을 갖고 있는 학생들은 그 길로 매진할 수 있도록 해주되 취업을 원하는 인문학 관련 학과 학생들에게는 
소프트웨어나 마케팅과 같은 복수 전공이나 융합 전공을 이수하게 하여 산업 수요에 부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에서 많은 인문학 관련 학과를 두지 않고도 인문학의 저변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도 속도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된다. 그 교육을 담당할 인문학자는 대학원에서 양성하면 되기 때문에 인문학 관련 

학과는 대학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타당한 구조다.

4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 밤을 새우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대학을 다녔는데도 졸업하고 일할 곳이 없는 참담한 현실을 
알면서도 '인문학 죽이기'라는 말을 남발하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취업률이라는 잣대로 '인문학'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인문학 계열 학과와 학생 문제'를 슬쩍 끼워넣어서도 안 된다. 이 둘은 다른 문제다. 문제는 인문학 그 자체가
아니라 인문학 관련 학과와 그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의 사회 진출 경쟁력이다.

자기 자식은 의대·공대·경영대에 보내면서 남의 일이라고 인문학과를 줄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당신이 고3 학부모라면 '내 자식이 그 인문대학을 나와서 일자리 없이 평생 집에서 놀아도 괜찮으니 인문학과를 그냥 그
대로 두세요'라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