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Why [우종민 교수 인간관계 클리닉] 행복보다 전염 15배 빠른 분노, 15번 심호흡하고 15분만 기다려보세요

바람아님 2014. 6. 29. 11:21

(출처-조선일보 2014.06.28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주말에 소문난 맛집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줄이 길게 서 있다. 
번호표를 받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한다. 
주인장을 찾더니 언제 자리가 나느냐고 물어본다. 짜증이 묻어나는 목소리다. 뒤에 서 있는 내 마음도 덩달아 급해진다.

이렇듯 옆 사람의 행동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감정 상태가 나에게 전파된다. 
이런 현상을 정신의학에서는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고 부른다. 
내가 걸린 독감이 남에게 전염되듯 나의 감정도 주변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퍼져 나간다. 
좁은 장소에 여러 사람이 밀집한 환경에서는 더욱 강하게 전염된다. 
특히 성격이 강한 가장이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의 감정 상태는 가정과 회사에 금방 전파되어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전염되는 감정의 종류이다. 즐겁고 따뜻한 감정이 전파된다면 인간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워하고 화를 내는 분노 감정이 전파된다면 서로 상처를 입히고 결국 관계를 망칠 것이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중에 어떤 쪽이 더 전파가 잘될까?

행복보다 전염 15배 빠른 분노, 15번 심호흡하고 15분만 기다려보세요답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부정적인 감정이 전염되는 속도는 긍정적인 감정보다 15배나 빠르다. 
전염되는 사람의 숫자도 훨씬 많다. 못 믿겠으면 직접 실험을 해보자. 
이 글을 읽은 뒤 주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보시라. 쉽지 않다. 
아무리 낙천적인 사람일지라도 옆 사람을 금방 기분 좋게 해주기는 어렵다. 
깔깔대며 웃어보았자 실없는 사람이라고 눈총받기 쉽다. 
반면 주변 사람의 기분을 망치기는 쉽다. 
현관에 들어서면서 문을 세게 닫거나 식탁에서 말 없이 젓가락만 깨작깨작하다가 
한숨을 몰아쉬기만 해도 분위기는 금방 썰렁해진다.

그렇다면 감정은 어떻게 관리를 하면 좋을까?

우선 내가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지금 잠시 펜을 들어 적어본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지금 내 속마음은 ○○○이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의 기분은 ○○○이다."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어휘가 풍부할수록 좋다.

둘째, 좋고 싫은 개인의 호불호(好不好)를 옳고 그른 이성적 판단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싫으면 무슨 말을 해도 틀리게 들린다. 반면 상대방이 좋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듣는다. 
이래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이 의미가 없고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도 어렵다.

'15'라는 숫자를 다시 한 번 기억하자. 
부정적인 감정이 15배 잘 전염된다는 말을 뒤집어보면 한 번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면 
15번을 기분 좋게 해주어야 겨우 만회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기분 좋게 해주려고 여러 번 애쓰기보다는 차라리 한 번이라도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편이 낫다.

분노 조절에서도 '15'라는 숫자는 중요하다. 화가 날 때는 순간적으로 욱하면서 분노 호르몬이 급상승한다. 
하지만 분노 호르몬은 15초면 정점을 찍고 분해가 시작되고 15분이 지나면 거의 사라진다. 
시비가 붙은 자리를 일단 피하고 시야에 들어오지 않게 하면 대개 15분 정도면 감정의 파도가 지나간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다면 눈을 살짝 감고 15번만 규칙적으로 심호흡을 하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리면서 옅은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15에는 비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