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7.02 문유석 판사·'판사유감' 저자)
사람을 살해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재판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의외로 '자존심'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건설 현장에서 숙식하는 노동자가 자고 있는 동료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동기는 말 한마디였다. 저녁 때 소주를 마시다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특정 지역 출신 촌놈이라고
놀렸다. 다 같이 힘든 삶을 사는 처지면서 좀 더 가난한 지역 출신이라고 놀린 것이다.
그만두라고 해도 반복적으로 놀리자 모욕감에 시달리다 일을 저질렀다.
40년 해로하던 노부부가 있었다. 평소 유순하고 소심하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
40년 해로하던 노부부가 있었다. 평소 유순하고 소심하던 남편이 아내를 살해했다.
이유는 사소한 말다툼 중 '개눈깔'이라고 내뱉은 아내의 말 때문이다.
어린 시절 사고로 눈 한쪽을 잃고 모진 놀림에 시달렸던 그에게 그 한마디는 흉기였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급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찌르는 흉기는 바로 '말'이다.
특히 인터넷은 그 흉기를 죄의식 없이 휘둘러대는 전쟁터다.
특히 인터넷은 그 흉기를 죄의식 없이 휘둘러대는 전쟁터다.
리틀 싸이 황민우군과 베트남 어머니가 악성 댓글로 고통받은 일이 있다.
미국인들은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 발언에 대해
사회적 제재를 가한다. 한 NBA 구단주는 '흑인과 함께 내
경기장에 오지 마라'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로 말한 사실이
알려져 영구퇴출 당하고 구단을 매각했다.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흔히들 첫 번째 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말이다.
사실 이 두 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친구의 비만을 걱정하여 충고하고 싶다면 말을 잘
골라서 '친절하게' 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반성했다. 혹시라도 법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귀는 더 열고 입은 더 무겁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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