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7.14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여행지에서 사진 찍기는 그 순간을 기억에 들여
나만의 歷史를 만들고 나를 주인공으로 새겨 넣는 일이다
인류가 기억하고 기대하는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 중 하나는 아마도 달이 아닐까 싶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남긴 최초의 인간 발자국, 1969년 7월 20일.
그날 이후 암스트롱의 족적은 끝을 알 수 없는 미지 세계로의 멈추지 않는 도전과 개척 정신의 상징이 되었고 그 위대함의
상징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게다가 이 사진에 대한 설명엔 항상 '달에는 바람이 없으니 닐 암스트롱의 발자국은 백만년이
지나도 남아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따라다닌다. 지워지지 않는 족적이라니,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5년간 달에 다녀온 사람은 여전히 손에 꼽을 만큼 적고 본격적인 우주여행 시대는 기대했던 것보단 훨씬
더디게 다가오고 있다. 비록 우주 관광의 대중적 실현 가능성이 아직 요원한 듯하지만, 달은 더 이상 토끼가 방아를 찧는
동화 속 세계만은 아니다. 우리는 보름달을 쳐다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지만 언젠간 저 곳으로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우리에게 달에 관한 더 많은 상상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한 개인의 역사와 기억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어떤 이는 늘 가던 곳에서 빈둥거리면서 휴가를 보내고 어떤 이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을 순차적으로 점령하듯 휴가를 보낸다.
어디에서 무얼 하든 여행은 비일상적인 경험을 일시적으로 소유하게 해줄 뿐이지만,
그 경험을 오랫동안 자신의 것으로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여행의 시간과 장소는 제한적이며, 그 경험은 내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또다시 점유되고 소유되며 소비된다.
하지만 나의 카메라로 기록된 여행에 대한 기억은 나를 영원한 주인공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파리의 에펠탑, 포카라의 사원, 몽골의 초원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 순간을 자신의 기억 속으로 끌어들여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신세계가 아니면 어떤가.
내 인생에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만한 발자국을 기억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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