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일사일언] 한국에서 영화 보기

바람아님 2014. 8. 28. 10:37

(출처-조선일보 2014.08.28 니콜라 피카토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회장)


니콜라 피카토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회장먼 곳에 사는 외국 친구들이 내게 영화 얘기를 해줄 때가 있다. 대개 두 가지 경우다. 
그들이 최근에 한국 영화를 보게 돼 한국에 살고 있는 내 생각이 났거나, 
그들이 본 재밌는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어서다. 
후자의 경우, 영화는 대개 한국에선 개봉되지 않은, 개봉될 수 없는 것들이다. 
영화제에나 가야 겨우 볼 수 있음 직한 인디 영화다.

요즘 한국과 외국의 좋은 영화를 '사냥'하는 감(感)을 키우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형 포털사이트에 '낚여' 영화관에 가게 될 테니까. 
영화의 질은 관객 수로 측정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 좀 아쉬운 게 있다. 
한국의 극장엔 영화가 몇 개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벨기에나 스페인 등 세계 각국의 인디 영화는 한국에서 잘 개봉하지 않을까? 
이상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도 보고, 나름 공부도 하게 됐다.

한류(韓流) 덕분에 한국은 인도와 미국에 이어 매우 튼튼한 국산 영화 산업 시장을 지닌 나라로 유명하다. 
매년 절반 정도의 티켓이 국산 영화에 소비된다(올해 '명량'을 보라!). 국산 영화 아니면, 대부분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다.

놀라울 정도의 다양성 부족은 극장 수 부족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의 극장은 기술적으로, 외향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해 있지만 그에 비해 스크린 수는 전국에 2000개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프랑스에 있는 예술영화관 개수와 맞먹는다. 
그나마 '메가 히트작'이 나오면 그 영화가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점유해버린다. 
다른 영화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한국에서 열리는 수많은 영화제의 잇따른 성공도, 영화의 다양성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을 방증한다는 생각이 든다.

[일사일언] 한국에서 영화 보기
넘쳐나는 주류(主流) 영화 대신, 진주 같은 명화를 사냥하고픈 사람이 있다면, 함께 보고픈 영화가 많다. 
조만간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