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32] 향수 어린 기억 속 田園 풍경

바람아님 2014. 9. 13. 08:48

(출처-조선일보 2014.09.13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존 컨스터블(John Constable·1776~1837)의 풍경화는 유달리 전원(田園)을 사랑하는 영국인들뿐 

아니라 누구라도 '고향'을 상상한다면 나올 만한 그림이다. 

황금빛 들판과 짙푸른 수풀 사이에서 가축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단정하게 정리된 텃밭에서는 갖가지 작물들이 풍성하게 자라난다. 

자연과 하나 되어 성실하게 일하는 농부가 있고, 

그 노동에 보답하듯 풍요와 안정을 되돌려주는 기름진 땅이 있는 곳. 

여기는 바로 컨스터블이 태어나 자라고 평생토록 아끼고 사랑하며 화폭에 담았던 

영국 서퍽 지방의 스투어 강변이다.


존 컨스터블, 골딩 컨스터블의 텃밭, 1815년, 캔버스에 유채, 
33×50.8㎝, 런던 테이트 갤러리 소장.존 컨스터블, 골딩 컨스터블의 텃밭, 1815년, 캔버스에 유채, 33×50.8㎝, 런던 테이트 갤러리 소장.
컨스터블은 넓은 농지가 내려다뵈는 아버지 
골딩 컨스터블의 2층 저택에서 이 그림을 
구상했다. 
눈이 닿는 땅이 전부 자기 집안 소유였으니 
그 풍경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컨스터블이 활동하던 즈음의 
영국 농촌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곳이 아니었다.
영국은 프랑스와의 지루한 전쟁을 수년간 
계속했고,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으로 크나큰 
경제적 타격을 입으며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개혁이 불가피해졌다. 그 과정에서 농지에 
부과된 과중한 세금과 농산물 가격 폭락이 
맞물려 농촌이 급격히 황폐화하면서 극빈층이 
양산됐다. 
생계가 불안해진 소작농민들은 시골을 떠나 도시의 공장 노동자가 되거나, 
약탈과 방화를 일삼는 과격한 폭도들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컨스터블의 풍경화는 현실의 모습이 아니라, 
좋았던 옛 시절을 되살리며 그려낸 향수 어린 기억의 풍경인 셈이다.

우리는 대체로 '고향'을 그리워하지만, 실제로 모든 고향이 '꽃피는 산골'은 아니다. 
고향이 그리운 건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그리운 이들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John Constable - Golding Constable's Kitchen Ga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