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이 있는 아침]신화를 밀어낸 현세중심주의

바람아님 2014. 9. 11. 10:24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1555, 캔버스에 템페라, 브뤼셀 왕립미술관)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건축가이자 발명가인 다이달로스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미움을 사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미궁에 갇힌다. 위협을 느낀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등에 붙이고 아들과 함께 탈출을 감행한다. 그런데 이카로스는 하늘 높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태양에 다가가 날개가 녹아 에게 해에 떨어져 죽었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풍속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은 이 신화의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그림에서 이카로스는 오른쪽 구석에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작게 그려졌다. 밭 가는 농부와 양치기가 주인공이다. “사람이 죽는다고 쟁기질을 멈추지는 않는다”는 르네상스 시대 네덜란드인의 현세적 세계관이 반영돼 있다. 신화의 시대가 가고 인간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그림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